‘열세’ 김영춘, 고강도 압박 vs ‘우위’ 박형준, 무대응 일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23일 오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부산시 5개 여성단체 대표자와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23일 본인과 가족들의 부동산 소유 내역을 공개하면서 엘시티 보유와 매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를 압박했다.
여권의 전방위 공세에도 박 후보 우위의 선거 판세에 별반 균열이 일어나지 않자, 후보자 본인이 직접 ‘엘시티 공방’에 몸을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김 후보의 공개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의 무대응 전략으로 나서고 있어 현재의 지지율 격차를 지키기 위해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본인·가족 재산 내역 공개
“부동산 검증 피하는 건 오만”
박, 엘시티·입시비리 의혹 등
공격 빌미 대신 굳히기 모드
“시민 의구심 키운다” 지적도
김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을 포함, 직계존비속이 소유한 부동산 자료를 공개했다. 건물번호, 상세 주소 등을 가린 원본 이미지 파일을 게재한 것이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18일 엘시티 의혹을 받는 박 후보를 겨냥해 시민들로부터 직접 검증을 받자는 취지로 부동산 보유 내역을 함께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를 공개의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날 박 후보가 부동산 자료를 공개하지 않자 김 후보는 “시민을 대표하고 시정을 운영하겠다는 사람이 부동산 시민 검증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다는 것은 뭔가 두려운 것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이는 시민의 심판과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한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날 “김 후보의 제안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선관위에 이미 재산공개가 다 된 상태”라며 “새삼스럽게 재산공개를 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박 후보는 자녀의 미대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딸이 대학에 지원한 사실이 있는지 대학에 전화 한 통하면 밝혀질 일”이라는 민주당의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혹을 제기한 김승연 전 교수와 기자 등을 지난 15일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이날 추가로 손해배상 5억 원 규모의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이를 두고 박 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우위세가 지속되자 굳히기 전략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구태여 ‘민주당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혼가정 감수성’을 내세워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여권의 예봉을 피해가려는 이 같은 대응이 박 후보를 향한 시민들의 의구심만 키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 후보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마구잡이식 의혹 제기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되,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나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이은철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