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늇쓰리] 부산 고가도로에 공원이 생긴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김보경기자 harufor@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진유민 jmi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늇3[늇쓰리]'는 부산·울산·경남의 이슈를 짧고 맛있게 요리한 '3분 영상뉴스'입니다.


운전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부산! 부산에서 차를 몰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산이 많은 지리적 특성 때문일까요? 다른 지역과 확연히 다른 ‘부산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어디를 가나 머리 위에 길게 드리워진 고가도로인데요. 내비도 헷갈리게 만드는 ‘고가도로’가 최근엔 철거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고가도로란, 공중에 구조물을 설치해 그 위에 입체적으로 조성한 도로를 말합니다. 늘어나는 자동차 수와 교통량에 대처하기 위해 탄생했는데,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수백 곳에 달하는 고가도로가 전국 곳곳에 건설되었습니다. 고가도로는 그야말로 근대화의 상징, 경제발전의 징표였죠.


1960년대 '인간 불도저'로 불린 서울시장 김현옥은 '도시는 선'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1968년 국내 첫 고가도로인 서울 아현고가도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부산에는 30개의 고가도로가 있는데, 거리를 지나다 보면 타 시도에 비해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고갯마루마다 도로를 만들고 터널을 뚫고 그것도 힘들면 고가도로를 설치했던 것이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고가도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매연, 소음, 진동에 따른 민원의 단골 메뉴가 되었고 노후화로 인한 유지·관리 비용도 문제였습니다.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 정책 패러다임이 변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도심의 하늘을 가로막는 고가도로를 흉물로 여기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죠.

미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고가도로는 주변 상권의 발전을 저해하고 다리 아래 지역을 슬럼화하기도 하죠. 수영고가 아래 들어선 비콘그라운드의 경우 슬럼화된 고가도로 아래를 바꾸려는 시도 중 하나였는데 낮은 인지도에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습니다.


고가도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3년 서울 청계고가 철거입니다. 철거 후 청계천 복원으로 이어지면서 일대가 활기차고 밝은 공간으로 변모했죠. 교통 혼잡도 줄어들고 주변 상권도 되살아났습니다. 연 180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늘면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는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부산도 시대 흐름을 벗어날 순 없습니다.

해운대 과선고가, 범일동 자성고가가 철거됐고, 현재 문현고가, 동서고가 철거가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해운대구 중동 과선고가는 동해남부선 철로 위로 설치돼 해운대신도시와 해운대해변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동해남부선이 이설되며 그 기능을 상실했고 2018년 철거되었습니다.


과선고가 인근 지역은 철거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도로변 주택과 상가 중 일부는 철거 전 3.3㎡당 1500만~2000만 원 수준에서 호가가 형성됐지만, 철거 이후 6000만~7000만 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성고가는 1969년 동구 범일동에 설치된 부산 최초 고가도로입니다. 총 길이는 1,078m. 경부선 철로로 단절된 지역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 왔지만, 노후화가 심해 보수 부담이 커졌고 안전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철거 이후엔 인근 아파트가 분양가보다 최대 1억 원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됐고 인근 상권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동구청은 국토부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부산진시장과 자성대공원 일대를 ‘재봉틀 공방 특화 거리’로 조성하고, 한복 상가 등 테마거리와 한복문화관을 건립하려고 계획 중이죠. 북항 재개발 부지와 가깝고 55보급창 부지의 공원화 등 호재와 자성고가교 철거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동서고가도로 철거입니다.

부산의 동과 서를 가로지르는 10.86km의 이 도로는 1992년 개통 이래 '국내 최장 도심 고가도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서고가는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부산신항 개장으로 북항 물동량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 반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탓에 도시 미관을 해치고, 지역을 단절시켜 도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죠.


또 2011년부터 8년간 동서고가를 유지하는 데 77억 7400만 원이 사용됐습니다. 매년 평균 8억 6000만 원이 소요된 셈인데. 차선 재도색에 연평균 6000만 원이 사용된 것을 제외하면 매년 8억여 원이 도로 재포장, 보수공사에 쓰인 겁니다. 고가도로가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거죠. 특히 1995년 준공된 동서고가로는 교량 내진설계가 의무화하기 시작한 1996년 이전에 만들어진 탓에 지진에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근엔 부산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대심도) 건설이 민자 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동서로 '전면 철거' 이슈가 급부상했습니다.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는 사상구 감전동에서 해운대구 송정동까지 22.8km를 잇는 대심도 도로로 평균 50m 깊이로 땅을 뚫어서 내는 지하 고속도로입니다. 사상~해운대를 3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데 동서고가로와 구간이 겹치면서 고가도로 철거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분별한 건설만큼이나 무분별한 철거 또한 폭력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 도심에서 고가도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오래된 고가도로를 고가공원으로 재탄생시킨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끕니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은 맨해튼 웨스트사이드 2.3km의 도심철도 고가도로에 시민들이 꽃과 나무를 심어 유명해졌습니다. 2008년 공원이 조성된 뒤 상권 활성화와 문화적 명성까지 얻었죠. 고가공원의 원조는 1993년 조성된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입니다. 옛 고가 철길을 리모델링해 상부는 공중정원으로, 하부는 예술가들의 작업장으로 꾸몄죠. 옛 바스티유역에서 뱅센 숲까지 조성된 산책로(4.5km)는 도심 속 힐링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흐름과 함께 고가도로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고가도로가 갖는 나름의 역사성, 상징성을 무시해서는 곤란하겠죠. 철거와 공원화를 병행할 수 있을지 다방면으로 검토하는 게 옳은 방향인 것 같습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제작=김보경·이재화 PD 진유민 작가 김서연·배지윤·정연욱·김성진 대학생인턴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김보경기자 harufor@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진유민 jmi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