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별 ‘맞춤 영양식사’로 어르신 ‘건강 식탁’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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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 테크] 온마을 사랑채

동의과학대 학교 기업 식사 서비스 지원센터인 ‘온마을 사랑채’는 지역 노인들의 식사 문제를 복지 차원에서 접근, 맞춤형 식단을 꾸려 제공하는 서비스를 펼친다. 온마을 사랑채를 운영하는 한진숙 동의과학대 교수, 이상주 센터장, 김지현 영양사(왼쪽부터). 정종회 기자 jjh@

“어르신들 식사도 결국 학생들 무상급식처럼 결국엔 보편적 복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동이 불편하고 질환에 맞는 영양관리식을 해 드실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나요. 가서 음식 대신 의료용 호스를 꽂는 경우는 어떻고요.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게 통합돌봄을 하고 식사를 챙겨드리는 게, 어르신들 마지막 삶의 존엄을 지켜드리는 길이면서 사회적 비용도 줄이는 길이에요.”

‘커뮤니티 키친’을 만들어 어르신들 보유 질환에 맞는 ‘맞춤형 영양식사’를 매일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 동의과학대 학교 기업 ‘지역사회통합돌봄 식사서비스지원센터 온마을사랑채’는 부산에서 시작한 이 노인 식사 서비스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하기를 바란다. 동의과학대 간호학과 교수인 이상주 센터장은 “민간이든, 공공이든 누구든 통합돌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동안 축적해온 데이터도 모두 공유하겠다”고 했다.


동의과학대 학교기업 식사 서비스
상태 체크해 저염·고단백 등 제공
하루 2번 간식, 월 1회 영양상담도
회합식 식사 준비하다 도시락 배달
풀무원서 저비용으로 식자재 공급
부산진구 시범 운영, 전국 확산 기대

■노인 식사에만 집중하는 ‘첫 모델’

노인복지관 등 노인급식을 하는 곳은 많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만성질환 1개 이상씩은 갖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식단이 되지 못했고, 매일매일 급식이 이뤄지지 않는 곳도 많았다. 무엇보다 한 끼당 단가가 낮다 보니 어르신들에게 ‘와서 먹을 만큼의’ 매력적인 식사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온마을사랑채는 노인의 식습관이나 신체 상태, 당뇨, 고혈압, 신장질환, 알레르기 등 보유 질환에 맞는 맞춤형 식사를 매일 제공한다. 노인 건강 상태를 체크해 뒀다 저염, 저당, 고단백, 저지방 등 맞춤 식사를 제공하는 식이다. 한 끼 평균 식재료비만 5500원, 한 끼 가격은 8000원이다. 노인들도 무료로 제공받는 게 아니라, 매달 소득 수준(차상위~최저생계비 160%)에 따라 월 2만~6만 원의 식사비를 낸다. 온마을사랑채는 월 24회(주 6회) 점심은 물론이고 오전, 오후 간식까지 제공한다. 매달 1회 영양상담도 실시한다.

동의과학대 식품영양조리학부 한진숙 교수는 “서울의 여러 사례를 보고 온 뒤 우리는 식사만 할 수 있는 키친을 만들어보자 해서 범전점을 만들게 됐다”면서 “식사 서비스의 목적은 맞춤형 식사를 위해 어르신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자는 차원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회합식 식사는 못하고 있고, 도시락 배달 위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배달은 부산진구 중에서도 선도사업에 포함된 부전, 초읍, 범천, 가야2, 주례2, 주례3동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문의가 많아 인근 신청자가 4명 정도만 되면 배달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어르신 ‘존엄’ 위해 손잡은 민·관·학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기에 온마을사랑채는 부산진구청은 물론이고 식자재유통 전문기업인 풀무원 푸드머스와도 협약을 맺고 윈윈 전략을 펼친다. 부산진구의 보조금 사업과 국비, 시비가 지원되는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바우처 사업을 합쳐 상당 부분의 비용을 해결하고 있다. 풀무원 푸드머스는 사회공헌 형태로 매우 저렴한 값에 식자재를 제공한다. 대신 온마을사랑채는 노인들의 반응을 취합해 푸드머스에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 고령자 맞춤 식재료와 제품 개발에 도움을 준다. 6주 단위로 식단이 반복되는데, 그 과정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식단은 빈도를 높인다. 노인 식단이라고 해서 한식 위주일 것 같지만, 만족도 조사를 해 보면 의외로 마파두부밥,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등 별식의 선호도가 높다. 장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의 장 운동을 돕기 위해 모든 식단에는 유산균도 꼭 포함된다. 현재 이 식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은 150여 명으로, 이 중 상당수는 한 끼당 8000원을 100% 자부담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일정 소득 이상이 되는 노인들 중에도 이 같은 맞춤형 식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한 교수는 “현재 일본이나 영국, 독일 등에서는 노인 통합돌봄과 식사 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통합돌봄의 핵심은 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자는 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게 식사 서비스와 병원 이동 서비스”라고 말했다.



■축적 데이터 공유 선한 영향력

노인 통합돌봄 중에서도 식사 서비스에 포커스를 둔 부산진구의 사례는 부산 다른 지역은 물론 전국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서울에서도 저희를 벤치마킹하러 오고 있는데, 2023년 선도사업이 끝나고 나서도 전국 단위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국엔 보편적 복지 형태로 국가가 부담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당장 민간에서도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한 교수와 이 센터장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표준 레시피를 만드는 등 노하우를 축적 중에 있다. ‘커뮤니티키친 건강영양관리 데이터기반 통합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교수는 “부산에서는 다양한 도시재생사업도 활발한데 레지던스 하우스처럼 노인 식사 서비스를 끼워 넣는 것도 좋고 협동조합의 형태가 되는 것도 좋다”면서 “결국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기에, 커뮤니티 키친의 데이터를 누구와도 공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범전점이 처음 만들어질 땐 영양 교육도 하고 커뮤니티 활동도 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나 이 센터장은 오는 8월 초읍에 문을 여는 노인 커뮤니티 센터 ‘도란도란 하우스’에 만들어지는 2호점은 이상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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