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아파트 설 때마다 ‘학교난’… 교육청 대책은 ‘분산 배치’뿐
래미안 어반파크(2616세대)의 학생들이 다니게 될 부산 연지초등학교. 이 아파트로 인해 유입되는 학생 수는 500여 명이다. 연지초등은 현재 44학급에 학급당 24.7명인데, 12개 학급을 증설하더라도 학급당 27.7명이 된다.학교 뒤로 신축 중인 아파트가 보인다. 정종회 기자 jjh@부산 곳곳에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그 지역으로 유입되는 학생이 많지만 교육청은 ‘학교 증축’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학교 신설이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정작 교육부는 ‘학급 인원 33명·24학급 이상 충원’이라는 빠듯한 기준만 적용한다. 이런 현실에서 기존 학교의 과밀도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래미안 어반파크·레이카운티 등
교육부 학교 신설 기준 까다로워
초등 신설 없이 인근 학교 증축
학급당 학생 수 30명 육박 ‘과밀’
10명 미만 과소학급은 급증세
현 상황과 맞는 탄력적 대책 필요
■재개발이 부른 과밀학급
2022년 9월 부산진구 연지동에 2616세대 규모의 ‘래미안 어반파크’가 들어선다. 28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입주에 따른 초등학생 수는 500명대로 추산된다. 입주민 가정의 학생은 모두 예외 없이 한 학교로 몰려간다. 근처 연지초등이다.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건물 한 층을 높여 무려 12학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은 상태다.
현재 연지초등은 44학급, 학급당 24.7명이 재학 중이다. ‘래미안 어반파크’ 입주가 시작되면 총 56학급, 학급당 27.7명으로 학생이 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산되는 예비 전입생 수는 입주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2023년 11월 4470세대 입주를 앞둔 연제구 ‘레이카운티’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인근 창신초등과 거제초등으로 입학한다. 입주로 인한 초등학생 유발만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각 학교에 9학급씩 증축해도 두 학교 모두 학급당 인원은 3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부산시청 인근 연제구 연산동과 양정동은 8000세대 이상의 주택 재개발 사업이 줄줄이 진행 중이다. 몇 년 안에 ‘미니 신도시급’ 입주 행렬이 예상된다. 하지만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신설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상태다. 초등학생 유발만 2000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지만 모두 인근 학교로 분산 배치된다.
재개발 바람에도 교육환경에 대한 고려는 주먹구구식이다. 부산의 A 아파트조합의 경우 10여 년 전 130억 원가량의 학교 증축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교육청과 ‘학교 신설 부지 용도 변경’ 협의를 거쳤다. 정비사업 단계에서 학교 부지가 준비돼 학교 신설이 예정됐는데도, 몇 차례 교육청 협의 이후 무산됐다. 당시 교육청은 A 아파트조합 측과 협의 과정에서 교육부의 학교 신설 기준을 들며 ‘학생 분산 배치에 문제가 없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입주가 다가오자 뒤늦게 분산 배치와 과밀학급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는 상황이다.
■신설, 이전, 통폐합 종합 고려해야
이 같은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교육부가 정한 학교 신설 기준 때문이다. ‘학급 인원 33명, 24학급 이상 충원’을 내세운다. 학교가 신설되려면 아파트 단지 2km 이내에 학교가 없거나, 학교가 있더라도 분산 배치가 불가능한 인원이 800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상 현실적으로 학교 신설이 어려운 셈이다.
학업 성취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소학급, 과밀학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다. 학교 신설 건의안을 반려할 명분만 찾는 교육부가 과밀학급 기준을 인정할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현장에 있는 학부모와 교직원만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연일 토로한다. 부산시교육청 이하진 학생배치팀장은 “교육부의 학교 신설 기준이 명확해 학교 신설 건의안을 올리더라도 반려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분산배치로 방향을 트는 것”이라며 “분산배치로 인한 과밀학급, 과소학급 문제를 조율하고 학생 불편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과소 학급도 문제
과밀학급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과소학급 문제다. 통상 학급당 10명 미만이 되면 심각한 과소학급이라고 본다.
학급당 10명 미만의 부산 초등학교는 2019년 2곳이던 것이 2021년 12곳으로 급증했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112개 초등학교의 학생수를 보면, 학급당 학생이 평균 20명 이상인 학교가 23곳이다. 학급당 30명이 넘어서는 곳은 6곳에 달했다. 학급당 학생 수의 최고 편차는 강서구 강동동 대사초등(6.5명)과 해운대구 재송동 센텀초등(37.2명)으로, 30.7명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부산의 경우 다른 시·도에 비해 인구 대비 초등학교가 많은 편이다.
지난해 부산시의 초등학생 수는 15만 3527명으로, 15만 6928명의 인천시보다 약 3400명이 적다. 그런데도 초등학교는 인천시보다 무려 51개교가 많은 304개교다. 학생 수가 적은데도 학교 수는 20% 가까이 많은 셈이다. 인제대 오세희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재개발 바람 속에 교육청의 학생 유발 전망과 실제 입학생 편차가 클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 대안이 분산 배치뿐인 상황”이라며 “교육부 지침에 따른 분산 배치, 학교 신설 등이 시대 상황과 맞도록 교육 당국은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