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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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환 동서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제주도 올레길을 다녀왔다. 제주의 맑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면서 오랜만에 지친 심신을 달래 보고자 했던 우리의 희망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안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다양한 쓰레기 때문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코로나 우울’이 ‘오션 우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인류 역사를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 가볍고 단단하고 값싼 플라스틱은 세상에 나온 지 한 세기가 되지 않아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지 않아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인류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오염 심각

해양 동물 생명·식탁 안전까지 위협

사용량 축소와 대체 소재 개발 절실

미래 세대에 깨끗한 바다 물려줘야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90억t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었고, 폐기된 플라스틱은 69억t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연간 800만t에서 최대 130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1억 50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오는 2040년에 가서는 세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영국 환경보호 비영리 기구인 엘렌 맥아더 재단은 오는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야말로 ‘플라스틱 반 물고기 반’인 셈이다.

해양 플라스틱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1997년 찰스 무어 선장이 하와이에서 열린 요트 경기 도중 태평양에서 발견한 쓰레기 섬이 대표적이다. 바다에 버려진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뭉쳐지면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섬의 면적은 해마다 커져 현재 한반도의 7배인 160만㎢에 달한다.

이러한 해양 플라스틱의 폐해는 아름다운 해변이나 연안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마이크로 플라스틱으로 변형됨으로써 고래와 어류 등 해양 생물들이 섭취하게 되어 결국에는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플라스틱은 생산되어 폐기되는 생애 전 기간 동안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하여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할까? 우리나라 해양 쓰레기는 2018년 기준으로 14만 9000t이고, 이 가운데 해양 플라스틱은 80%가량인 11만 8000t에 달한다. 해양수산부는 정부의 생활 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티로폼 부표를 대체할 친환경 부표 보급과 사용 의무화를 실시하고, 어민들이 폐어구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지급하는 어구·부표 보증금제와 어구 실명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바다 환경 지킴이와 환경정화 운반선 건조를 통한 해양 쓰레기 수거를 확대하고, 환경부, 지자체 등과 협의하여 육상 쓰레기의 해양 유입 차단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최선의 방안은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kg으로 세계 최대 수준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원천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으로 ‘생산-소비-폐기’라는 기존의 선형 경제적 플라스틱 라이프 사이클에서 ‘생산-소비-회수-재활용’이라는 순환 경제적 사이클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 현재 9% 수준에 불과한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무색 페트병 사용과 플라스틱 분리 배출 의무화를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기술적 측면에서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같은 대체 소재 개발과 새로운 재활용 및 재생산 시도들이 필요하다. 파키스탄의 플라스틱 먹는 곰팡이, 네덜란드 소도시 즈볼러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플라스틱 도로 건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에보웨어의 해조류를 원료로 사용한 포장용기 제작·판매 등은 환경보호와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훌륭한 사례이다.

인류의 오래된 어리석은 생각 중 하나는 바다는 너무나 커서 쉽게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착각이다. 바다는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무시하기에는 그 중요성이 너무나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늘어나고 택배나 음식 배달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많은 양의 일회용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특히 생활 쓰레기 중 대부분이 비닐과 플라스틱이라는 점, 그리고 이것들이 대부분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환경을 파괴하고 인류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필요하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플라스틱 바다를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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