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장 보선 D-8, 막말 비방전 접고 정책 대결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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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과열되면서 막말, 고소·고발전이 좀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점입가경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유세 기간이 짧은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관중 동원이 쉽지 않으니 일단 관심을 끌고 보자는 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이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사실관계를 규명할 근거나 자료 제시를 통해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막말과 비방에 치중하다 보면 정책·민생 경쟁은 후순위로 밀리고 만다.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만 키우게 될 것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유권자가 엄중하게 심판할 수밖에 없다.

막말·고발전은 정치 혐오감만 키워
유권자의 표로 저질 정치 몰아내야

정치인의 막말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도 예외 없다는 게 안타깝다. “중증 치매 환자” “쓰레기” “암 환자” 같은 막말이 터져 나왔다. 소송전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오 후보 투기 의혹을 제기한 천준호·고민정 민주당 의원을 고발했다. 오 후보 측은 내곡동 땅 측량에 직접 관여했다는 KBS 보도와 관련해서도 고발장을 제출했다. 박 후보 측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한 교수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복부인’ 발언을 한 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 4명을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배우자 비방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사안에 따라선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려야 하겠지만, 상습적인 고소·고발의 남발이 아니길 바란다.

이런 가운데 29일 가 마련한 부산시장 후보자 초청 1대 1 ‘매운맛 토론회’는 주목할 만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존의 박 후보 관련 의혹을 둘러싼 ‘도돌이표 공방’에서 벗어나 모처럼 상대 후보의 공약과 비전, 시정 철학 등을 놓고 치열한 정책 대결을 벌였다. 부산일보 스튜디오에서 1시간 동안 진행한 토론회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방송됐으며, 지지자들은 댓글창에서 ‘외곽 여론전’을 펼치기도 하는 등 후보자 못지않게 후끈 달아올랐다. 무엇보다 양 후보가 내놓은 공약에 대한 교차 검증의 의미가 컸다. 어떤 부분에선 두 후보가 비슷한 의견을 보였지만, 정책 실행과 재원 조달을 둘러싸고 날 선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유권자들이 바라는 진검승부일 것이다.

이제 선거일까지는 8일밖에 남지 않았다. 비록 1년 3개월짜리 시장이지만 부산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선거이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후보자들은 정책 대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막말·비방을 동원한 저질 정치, 마구잡이 소송은 이제 우리 정치판에서 몰아내야 한다. 지난해 총선 때 막말로 악명이 높았던 정치인 상당수가 낙선한 사실을 되새긴다면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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