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응원” 울림 커지는 ‘컵홀더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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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카페 ‘홍지컴퍼니’는 미얀마 시민을 응원하는 문구를 컵홀더에 새기고 있다. 홍지영 씨 제공

부산의 한 카페가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응원하는 컵홀더를 제작해 화제다. 이 카페는 응원 문구를 온라인으로도 공유한다.

북구 덕천동에서 3년째 카페 ‘홍지컴퍼니’를 운영하는 홍지영 씨. 그는 평소 컵홀더에 캘리그래피를 적용해 일일이 글씨를 쓴다. 내용은 주로 ‘힘내세요’ 등의 응원 문구다. 그러던 그가 이달 초 포장 구매 커피를 기다리는 손님이 미얀마 사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됐다.

부산서 카폐 경영 홍지영 씨 주도
작은 응원에 SNS 화답 이어져
주부산 미국영사도 방문 인증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이에 저항하는 시민이 450명(지난 28일 현재) 넘게 사망했다. 지난 27일에는 무차별 총질로 최소 114명이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희생이 이어진다. 당시는 사망자가 100명이 넘어가던 시점으로, 홍 씨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만이라도 미얀마 사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홍 씨는 컵홀더에 미얀마 민주화를 기원하는 문구를 넣었다. 내용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응원합니다’ ‘STAND WITH MYANMAR’ 등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SNS에서 ‘컵홀더 연대’를 시작했다. 손님 동의 아래 컵홀더를 끼운 음료수를 든 손을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했다.

컵홀더 연대가 인터넷에서 퍼지기 시작하자 미얀마 사람들도 응답했다. 홍 씨의 SNS에 태그된 문구를 보고 댓글을 남긴 것이다. 홍 씨의 연대는 미얀마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홍 씨의 SNS에 주로 영어로 감사를 표했고, 서툴지만 한글 댓글도 남겼다.

홍 씨의 ‘컵홀더 연대’가 화제가 되자 시민 응원도 잇따랐다. 한 50대 남성은 10km 이상 떨어진 금정구 부곡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며 홍 씨의 가게를 찾았다. 어느 날 아침에는 한 백인 남성이 카페를 찾아와 ‘어떻게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느냐’며 꼬치꼬치 묻다가 커피를 계산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홍 씨는 이 남성이 주한 미국 대사관 공식 SNS에 자신의 가게를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하는 부산의 카페’로 소개하면서 그의 정체를 알게 됐다. 고든 처치 주 부산 미국영사였다.

홍 씨는 “미얀마 사태에 대해 남의 일로만 여길 게 아니라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아픔을 공감해 보자는 취지로 캠페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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