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 정원섭 씨 별세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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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당시의 정원섭 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당시의 정원섭 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화 '7번방의 선물'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인물인 정원섭 씨가 지난 28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표창원 전 의원은 29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고(故) 정원섭 님께서 별세하셨기에 부고를 알린다"며 "영화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 1972년 억울하게 춘천 파출소장 초등학생 딸 살인범으로 몰려 15년 옥고를 치른 후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사법피해자 고 정원섭 님"이라고 설명했다.

표 전 의원은 고인에 대해 "국가배상을 받을 권리마저 억울하게 빼앗긴 아픔을 안고 영면에 드셨다"며 "공정한 하늘에선 억울함 없이 편안하게 쉬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군사독재 시절인 1972년 춘천경찰서 파출소장의 딸(당시 9세)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억울하게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의 집에서 200여m 떨어진 만화가게 주인이었던 정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정 씨는 경찰들의 가혹행위 탓에 허위 자백을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연필과 빗이 정 씨의 것이라며 물증으로 제시했으나, 이 역시 조작된 것이었다. 정 씨는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해 범행을 부인했지만 강간치상과 살인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후 고인은 15여년을 복역한 뒤 1987년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이 조작됐다고 결론을 내며 재심을 권고했고, 정 씨는 2011년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정 씨의 사연은 2013년 영화 '7번방의 선물'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정 씨는 2016년 허위자백을 강요한 경찰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해 총 23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국가와 법원, 검찰을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는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경찰들의 가혹행위와 증거 조작을 인정하면서도 사건을 심리했던 재판장에 대해선 "경찰관들의 위법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어 법관으로서 가진 권한을 취지에 어긋나게 행사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와 검사에 관한 청구는 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이 지나 소송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 2013년 하급심 재판부는 국가가 26억 3000여만원을 배상해야한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정 씨가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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