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알고리즘의 지배

“유튜브 속 세상은 현실과 닮은 것 같지만 이용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 빠져 있도록 왜곡돼 있다. 추천 알고리즘의 최우선 순위는 이용자들이 어떻게든 시청 시간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 개발팀에서 일했다는 전 구글 엔지니어 기욤 샬로가 한 말이다.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는 말이 한때 유행어였는데, 이젠 알고리즘의 속내를 알고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놀고 싶은 ‘유유상종’의 본능을 철저하게 이용한다. 발달한 기술 덕분에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그들과 놀 수 있는 온라인 놀이터가 많으니 굳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생각이 다른 이들이 모여 토론하며 절충점을 찾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다. 생각의 차이를 줄이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노력은 쓸데없는 짓으로 느껴진다. 괜한 짓에 에너지를 소비하기 싫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편향된 콘텐츠만 섭취하다 보니 대한민국은 점점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고려대 동아시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친여당 계열 지지자와 친야당 계열 지지자의 이념 평균 거리가 15년간 3.2배나 넓어졌다고 나온다. 2005년 0.84, 2010년 0.91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71까지 벌어졌다. 사회학자들은 극단적인 대립이 심해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산일보>가 부산시장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1%가 지지 후보를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선거 막판까지 더 좋은 후보를 찾기 위한 고민과 선택의 과정이 사라지는 듯해서 아쉽다.
페이스북의 고위 임원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회사의 광고수익 모델을 만들고 총괄했던 팀 켄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소셜미디어를 많이 이용하게 할까를 고민했던 그는 현재 소셜미디어의 이용을 줄이는 데 도움 주는 앱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켄들은 소셜미디어가 사회를 분열시키는 데 있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촉매제이며, 중독되기 쉽고 몸에 해로운 담배나 설탕 같은 존재라고 지적했다.
알고리즘의 지배와 조종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투쟁이 긴급하고 절실하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