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64. 베로니카 스위프트 ‘This Bitter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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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미국의 대표적 음악 장르입니다.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수상 부문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음악 시상식은 그해 각 분야 가장 빛나는 아티스트가 누구였는지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각 장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재즈 분야 역시 그래미에서 다양한 세부 분야로 다시 나누어집니다. 예를 들면 ‘Best Improvised Jazz Solo Performance’ 부문은 재즈 장르에만 있는 세부 분야입니다. 솔로이스트로서 곡에서 선보이는 즉흥연주에 관한 것인데요. 즉흥연주 의미를 가진 ‘Improvised’는 재즈 장르 수상 분야에만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시상 분야 제목이 시사하는 것은 ‘즉흥연주’가 그만큼 재즈에서 중요하며, 그 음악 장르를 규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요소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재즈 수상 분야 중 그해의 앨범이 ‘Best Jazz Vocal Album’ ‘Best Instrumental Album’ ‘Best Large Jazz Ensemble’로 구분되는 것도 인상적인데요. ‘가수의 가창이 주가 되는 앨범’ ‘가창 없이 악기 연주로만 이루어진 앨범’ 그리고 우리가 재즈 하면 떠올리는 또 하나의 이미지인 빅밴드와 같은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 것이지요. 재즈 음반이라면 이 중 어느 하나에는 속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 구분은 재즈를 가장 기본적으로 대변하는 기준이기도 할 것입니다.

재즈는 연주 음악이라는 인식이 꽤 강하고, 실제로 재즈 역사를 살펴보면 가수보다는 각 악기의 걸출한 아티스트들을 통해 다양한 진화를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에게 낯설 수 있는 재즈가 대중들과 가장 쉽게 접점을 찾아온 것은 분명 역사 속 빛나는 재즈 가수들의 공이 큽니다.

지금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또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재즈 음악 안에는 재즈 가수들의 노래가 담겨있지요. 그래서인지 멋진 재즈 가수의 앨범을 만나게 될 때 특히 그 즐거움이 커지던데요. 얼마 전 발매된 베로니카 스위프트(Veronica Swift)의 앨범 ‘This Bitter Earth’가 그렇습니다. 그는 음악가 가족에서 자라나 이미 9살에 데뷔 앨범을 녹음했고, 자신의 부모님과 투어 공연을 했습니다.

베로니카 스위프트는 13세에 미국 뉴욕 맨해튼의 디지스클럽 무대에 올랐습니다. 디지스클럽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즈 클럽으로 뉴욕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맨해튼의 전경이 무대 뒤로 펼쳐지며 지인들과 유명 연주자들의 재즈를 들을 수 있는 아주 유쾌한 곳이죠. 그가 삶의 이른 시기부터 이러한 명소들의 연주자들과 무대를 경험했던 사실은 그의 음반에 녹아 있습니다. 특히 이 앨범의 네 번째 트랙 ‘Getting to Know You’는 1951년 뮤지컬 ‘왕과 나’의 레퍼토리로 이 음반 트랙 중 하나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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