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동결에 대한 조합원 반발이 주 원인”
현대重 임단협 사상 첫 2차 부결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2일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2019·2020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개표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제공국내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노사가 교섭 장기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9·2020년 임단협 교섭에서 두 차례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도 조합원 인준 투표의 벽을 번번이 넘어서지 못해서다. 협상 주체와 조합원 사이에 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기대치의 괴리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일 ‘2019·2020년 임금·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전체 조합원 7223명을 대상으로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투표자 6760명(투표율 93.59%) 중 3650명(53.99%)이 반대해 부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노사협상 역사에서 두 차례 합의안 가결에 실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노사는 2019년 5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교섭을 진행했지만, 법인 분할 과정에 양측이 충돌하면서 수년간 파행을 겪었다. 이번 부결로 교섭 기간은 700일을 넘긴다.
‘2019·2020년 임금·단체협약’
교섭 기간만 700일 장기간 소요
2차 잠정합의안마저 투표 부결
3년 치 교섭 진행 초유 사태 우려
2차 잠정합의안은 1차 합의안에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격려금 200만 원을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1차 잠정합의안은 2019년 임금 4만 6000원 인상, 2020년 기본급 동결, 성과금과 격려금 지급, 법인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 간 각종 소송 취하 등을 담았다. 1차 잠정합의안이 2월 5일 부결되고 50여 일 만에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또 조합원 총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노조 집행부는 기본급 동결에 대한 조합원 반발을 주된 부결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2차 잠정합의안이 사내 자유게시판 등에 공유됐지만, 조합원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2020년 기본급 동결이 2차 잠정합의안에서도 유지된 점과 사실상 법인분할 위로금에 해당하는 특별격려금 규모를 놓고 부정적 여론이 많았다. 일부 현장 노동조직은 투표에 앞서 유인물을 내고 부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사 간 재교섭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노사 모두 2년 치 임단협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자칫 3년 치 교섭에 매달려야 하는 건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통상 5월께 상견례를 하고 그해 임금협상을 시작한다. 사측은 올해 들어 신규 수주 물량이 늘어나는 등 경기 회복 기미가 있으나, 실제 조선업 현장에 수주 영향이 반영되려면 최소 1년 이상은 기다려야 해 당장 추가 제시를 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노조대로 부결 사태가 집행부 불신임으로 해석될 수 있어 대안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 인상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잠정합의안 재차 부결이라는 결과를 놓고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회사 역시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새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선택을 받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와 함께 3사 1노조 체계로 3곳 모두 가결해야 타결 효력이 발생한다.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이미 1차 잠정합의안 가결에 성공하고도 현대중공업 노사 협상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