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막 내리는 공채시대, 공정 채용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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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숙 한국산업인력공단 부산지역본부장 교육학박사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좋은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1960년대부터 공채제도를 도입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최초의 공채는 1957년 1월 삼성물산공사가 실시하여 1200여 명이 지원한 가운데 27명만 채용되어 엄청난 경쟁력을 기록하였다.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1980년대는 LG그룹을 시작으로 그룹에서 일괄 공채로 채용하였고, 1990년대는 대기업 직무능력검사가 도입되고, 면접 방식도 복수 면접 등 다양화되었다. 2000년대는 직무능력검사가 보편화되고 직무 위주의 면접 방식 도입에 대한 노력을 강구하여 왔다. 하지만 이제는 60여 년간의 공채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LG그룹은 2020년 각각 공채제도를 폐지하였고, 최근 SK그룹도 내년부터 공채 폐지를 발표하였다. 그간 공채 방식이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직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필요 이상으로 채용하게 되는 부담이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규모 신규 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짐으로써 공채 폐지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기업 채용이 스펙 중심 대규모 공채에서 역량 중심 소규모 수시 채용으로 전환됨에 따라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지원 기회 확대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맥 중심의 채용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 그간 채용 문제에 있어, 채용 기준과 과정이 투명하게 제시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채용의 공정성 문제가 상당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직무 수행과 관련된 평가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직무 역량 중심 채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정부는 이러한 채용시스템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스펙 중심에서 직무 역량 기반의 능력 중심 채용으로 평가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채용 문화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체계화한 것이다.

이러한 NCS 기반 채용은 성별, 학력, 연령 등 차별적 요소를 제외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 수행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함으로써 기업은 신규 직원 재교육 비용과 채용 비용이 절감되고, 이직률 등이 낮아지는 긍정적인 면이 크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는 기업의 NCS 기반 채용 프로세스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직무 분석을 통한 직무기술서, 입사지원서, 선발 단계 개발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이러한 채용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기업과 직무를 미리 조사하여, 맞춤형 직무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공정사회 구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과거 불공정한 것들에 대한 공정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60여 년간 채용시장의 중심이었던 공채가 수시채용으로 변화하면서 가장 염려되는 것이 채용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일 것이다. 그 염려와 우려가 기우가 되기 위해서는 채용시장 전반에서 NCS 기반 공정 채용 방식의 활용·확산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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