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상춘객들 소스라친 ‘악취’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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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평일 벚꽃이 핀 해운대 달맞이길에 상춘객들이 몰려들었다. 독자 제공

부산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해운대 달맞이길’을 찾은 상춘객들이 예상치 못한 분뇨 냄새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원인은 인근 밭에 뿌려지는 비료다. 관할 해운대구청은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사유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근 밭에 뿌려진 비료 냄새
구청 “사유지라 별도리 없어”

시민 박 모(31·해운대구) 씨는 지난 평일 낮 가족과 함께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해운대 달맞이길을 찾았다. 해운대 달맞이길은 박 씨처럼 막바지 벚꽃놀이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벚꽃 구경도 잠시, 박 씨는 코를 찌르는 분뇨 냄새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박 씨는 “심한 비염이 있는데도 일부 구간에는 강한 악취가 풍겨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서 모(38) 씨도 달맞이 고개 한 카페 테라스에서 강하게 풍기는 분뇨 냄새를 맡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부산에 놀러 왔는데 난데없이 비료 냄새가 풍겨서 카페 실내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상춘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범인은 바로 인근 밭에 뿌려지는 비료다. 달맞이길 인근에는 곳곳에 상추와 파, 양파 등을 키우는 밭들이 많다. 대부분 벚꽃이 피는 시기인 3~4월 밭에 비료를 뿌린다.

해운대구청에는 박 씨처럼 분뇨 냄새를 호소하는 민원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구청은 별도로 손을 쓸 수가 없다. 작물 재배를 위해 자신의 사유지에 비료를 뿌리는 일을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운대구청 늘푸른과 관계자는 “냄새가 난다는 민원으로 현장에 가보면 주로 주민들이 밭에 비료를 주고 있다”면서 “비료를 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고 사유지이기 때문에 특별히 막을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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