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 난치병 환자 위한 새 치료제 개발이 목표”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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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
동아대병원 안희배 원장 인터뷰

영남권에서 유일하게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지정된 동아대병원 안희배 원장이 바이오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영남권에서 유일하게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지정된 동아대병원 안희배 원장이 바이오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세포치료 같은 첨단재생의료를 통해 파킨슨병 등 희소 난치병 환자들이 치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임상 연구를 거쳐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메가히트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지난달초 보건복지부로부터 동아대병원이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를 수행할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지정됐다. 영남권역에서는 유일하다.


제대혈은행 운영, 경험·기술 높은 평가

실험실부터 임상까지 ‘원스톱’ 강점

올해 암 분야 특화해 임상 연구 진행

바이오산업 인력 양성 지금 시작해야


재생의료 기반기술 시스템 개념도. 보건복지부 제공 재생의료 기반기술 시스템 개념도. 보건복지부 제공

안희배 원장은 “바이오산업에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고, 치료제가 없어 포기한 환자들을 살리는 길이기에 어려워도 이 길을 가야만 한다”며 의지를 피력했다.

첨단재생의료는 손상된 인체 조직을 구조적, 기능적으로 대체하거나 복구함으로써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목적으로 줄기세포 등을 이용하는 의료를 말한다.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동안 줄기세포치료의 경우 국내에선 불법이라 일본이나 중국으로 나가 원정 치료를 해야 했다.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 과정을 거치면 의약품으로 분류돼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수천만 원을 지불하며 한달에 수백 명의 한국 환자들이 일본, 중국 등으로 의료관광을 떠났다. 뒤늦게 지난 2019년 8월 국회에서 첨단재생의료법이 통과한 뒤 이번에 첨단재생의료기관이 지정되면서 막혔던 규제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안 원장은 “희소병 환자들이 국내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 나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되면서 첨단재생의료 분야의 걸림돌이 사라지고 있고,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이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제대혈은행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기증제대혈은행으로 지정된 후 동아대병원은 첨단재생의료에 필요한 세포확보, 분리, 공정, 냉동보관에 대한 기술을 축적해 왔다.

안 원장은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 배경에 대해 “실험실 단계에서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약을 복용하며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모든 단계가 원스톱으로 제공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제대혈은행에서 세포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원천 재료를 받을 수 있고, 임상 능력을 갖춘 의료진까지 확보하고 있어서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평했다.

첨단재생의료가 ‘미래의 먹거리’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의료진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오성용 임상시험연구센터소장을 주축으로 지난 2019년 12월에 추진단이 발족해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필요한 인력과 공간을 재배치하고 협업할 바이오기업을 물색해 의료진과 연결시키는 일도 차질없이 진행했다.

안 원장은 “암치료의 경우 기존의 항암화학요법 시대에서 표적치료와 면역치료제 시대를 거쳐 이제는 면역세포치료와 암유전자 백신의 시대로 들어섰다. 각 기관에서 이들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의료진을 교육하고 육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경기도를 비롯해 수도권에 거의 대부분 몰려 있다. 부산과 경남권에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시급히 조성돼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다.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에 맞는 시설투자와 법제 정비도 동반돼야 한다.

안 원장은 “제대로 된 치료제 1개가 개발되어도 1조원 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이 바이오산업 분야다. 그래서 바이오 분야의 인력 양성은 중요하며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은 올해 중으로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 승인절차를 받을 예정이다. 7월까지 임상 연구 계획서를 제출하고 10월중에 계획서에 대한 심의를 받으면 환자에게 치료약을 투여하며 본격적으로 임상 시험이 시작된다.

안 원장은 “병원 근처에 별도의 공간을 확보해 랩실과 GMP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중으로 혈액암과 고형암 등 암 분야에 특화해 임상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며 개략적인 임상 연구 일정을 제시했다.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은 바이오산업 진출의 첫 발을 내딛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방의료분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희소 난치질환 환자들이 지역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역외로 빠져 나가게 됩니다. 진료비의 유출도 심각하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첨단재생의료은 희소 난치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지역의 의료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수 있기에 잠재력이 무한하며 기대도 큽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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