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화강암 깔 땐 언제고… 다시 걷는 금정구 ‘변덕 행정’
부산대 주변 상권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지자체의 보행환경 개선사업이 인근 일부 상인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구청이 10년 전 젊음의 거리 조성을 위해 깐 보도블럭을 자기 손으로 다시 뒤엎으려 하자 일부 상인들이 ‘오락가락 행정’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부산 금정구청은 지난해 7월부터 부산대 젊음의 거리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사업 대상 구간은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3번 출구부터 부산대 정문 일대 2km 구간이며, 총 2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지난 1월 1단계 사업을 완료했고, 현재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도시철도 부산대역~대학 정문
인도에 아스팔트 포장 공사 진행
10년 전 설치 화강암 파손 잦자
보행자 안전사고 방지 명분 철거
상인들 “비싼 화강암 왜 뜯어내나”
전면 교체보다 부분 보수 원해
사건의 발단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정구청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에 걸쳐 부산대 주변 인도에 화강판 재질의 보도블럭을 깔았다. 화강암 재질의 보도블럭이 아스팔트보다 상대적으로 외관상 고급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아스팔트와 달리 무거운 압력을 받으면 바닥면에서 떨어지면서 균열·파손이 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보도블럭 위로 오토바이 등 많은 차량이 드나들면서 보도블럭이 깨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금정구청은 균열·파손 신고가 잇따르자 기존 화강암 재질의 보도블럭을 제거하고 아스팔트를 포장하기로 결정했다.
공사 구간 인근의 상인들은 특색있는 거리를 만들겠다며 돈을 쏟아부었던 구청 측이 예산을 낭비한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기존의 화강암 보도블럭을 교체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부산대 인근 상인 70여 명은 지난 8일 금정구청에 보행개선사업의 계획 변경을 요구하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상인들은 “굳이 비싼 돈 주고 설치한 화강암 보도블럭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며 “아스팔트 공사를 하면 공사 기간 동안 영업에 피해를 입는 만큼 전면 교체보다 부분적으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한 상인은 “공사기간 발생하는 먼지나, 소음 등으로 영업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금정구청은 장기적인 유지·보수가 어려운만큼 아스팔트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정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그동안 화강암 보도블럭이 자주 파손돼 보행자의 민원이 여러차례 제기됐다”며 "아스팔트 스탬핑 포장 기술을 활용하면 화강암의 화려한 외관은 유지하면서 아스팔트 재질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청 측은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화강암 보도블럭을 보수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전면 교체가 필요하지만, 상인들이 반대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화강암 보도블럭을 존치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