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약산 살인 사건 미궁에… 서구, 등산로에 CCTV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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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폐쇄회로(CC)TV가 전무해 범죄 사각지대로 방치되던 부산 서구 등산로(부산일보 13일 자 10면 보도)에 CCTV가 설치된다. 땜질식 처방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자체 칸막이를 넘어 산지 등산로 곳곳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 서구청은 추가경정예산으로 1억 5000만 원을 확보해 서구 등산로 10곳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구체적인 설치 위치를 포함한 청사진은 이달 말 나온다.

매년 등산로 강력 범죄 급증
추경 확보 우선 10곳에 설치
전문가 “인근 지자체 협의 필요”

이날 오전 9시께 공한수 서구청장과 박성호 서부경찰서장은 시약산 살인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해 등산로 방범용 CCTV 설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건 현장을 돌아본 공 구청장은 “주요 등산로 10곳에라도 CCTV를 설치해서 구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서장은 “CCTV 설치가 필요한 등산로 출입구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구청은 부산시와 협의해 산불감시카메라도 내년께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구청과 경찰서가 합심해 등산로에 CCTV를 추가로 설치하려는 이유는 지난 3일 시약산 한 체육공원 인근에서 70대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지만, 10일 넘게 범인을 잡지 못하면서다.

등산로는 전통적으로 범죄에 취약한 사각지대지만 안전망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실제로 부산의 등산로에 설치된 CCTV는 19대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매년 산에서 강력범죄가 200건 가까이 발생하고, 코로나로 등산 인구가 늘면서 등산로의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

구의회도 방범용 CCTV 설치 예산을 두고 ‘당연히 확보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서구의회 이석희 의장은 “방범용 CCTV 설치는 구민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런 예산은 의회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이 여러 구에 걸쳐있다는 점에서 인근 지자체도 함께 CCTV 설치에 나서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시약산은 승학산, 구덕산, 엄광산으로 등산로가 이어져 있어 피의자가 사하구, 사상구, 부산진구, 동구 등으로 도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이도선 교수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구간에 CCTV를 설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가장 외지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범죄 취약 지역을 찾아내 CCTV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면서 “기초지자체가 지역 경찰서, 주민과 협력해 CCTV를 설치하면 사회 안전망 구성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거둘 수 있다”이라고 조언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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