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종류 소리와 여덟 가지 바람이 만나 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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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음(有)은 비움(無)으로부터 온다고 했던가.’

국립부산국악원은 23, 24일 양일간 국악원 연악당에서 무용단 정기공연 ‘무아(舞我), 바람 딛고 오르다’를 펼친다.

‘무아(舞我), 바람 딛고 오르다’는 무(無)에서 태어난 인간 무명(無名)이 팔음(八音), 팔풍(八風) 등을 경험하며 유(有)를 인식하고 가장 완전한 단계인 무아(舞我)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여기서 팔음은 금(金)·석(石)·사(絲)·죽(竹)·포(匏:바가지)·토(土)·혁(革)·목(木) 등 여덟 가지 재료에 의해 만들어진 여덟 종류의 국악기에서 나는 음을 말한다. 또 팔풍은 동서남북과 그 사이 사이에서 부는 8가지 바람을 일컫는다.

부산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무아, 바람 딛고 오르다’ 무대
8가지 재료로 된 악기 음 분석
몸짓에 담긴 바람의 근원 찾아
진정한 춤꾼 되는 과정을 그려

공연 제목 ‘무아(舞我)’는 흔히 말하는 불교 용어 ‘무아’(無我·자신의 존재를 잊음)가 아니다. 없을 무(無)가 아니라 춤출 무(舞)다. 무아(舞我)는 춤추는 나다. 한 인간이 소리와 바람 등 자연을 만나 ‘진정한 나- 궁극의 춤꾼’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기존의 질서를 다 비워낸 없음의 상태인 무명이 있음을 인식하고 무아가 되는 과정이라고 해도 좋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정신혜 예술감독은 “마치 평범한 한 인간이 살아가며 희로애락을 만나 삶을 하나씩 알아가고 그 깊이를 더해 가듯이 이름 없는 나가 자연(바람과 소리, 계절·시간 등)을 만나 춤꾼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팔음(八音)을 분석하고 종묘제례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무대로 전통춤의 몸짓에서 풍(風)의 근원을 찾아 우리 악(樂)에 담겨 있는 존재의 의미를 춤으로 표현한다. 또 문묘와 종묘제례 때 추는 전통춤과 정신혜 예술감독의 안무로 짜인 창작무용을 바탕으로 우리 악(樂)과 춤의 예술적 특징을 드러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조선시대 악서 서문에 ‘춤은 팔풍을 행함으로써 그 절주(節奏·규칙적인 음의 흐름)를 이루는 바(舞所以行八風而成其節)’라는 구절이 있다. 이번 작품은 우리 악(樂)에 담긴 우주의 원리, 자연의 이치, 규칙적인 흐름을 춤의 정신으로 그려낸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무용단 정신혜 예술감독의 안무로 구성한 이번 무대는 연출 남동훈, 작가 천정완, 작곡 김백찬 등 전문 제작진과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기악단, 성악단 등 총 60여 명의 출연진이 함께한다.

정신혜 예술감독은 “코로나19로 힘겨운 세상에 예술이 해야 할 일, 춤의 존재적 의미를 찾아보면 ‘무아(舞我)’가 아닐까 싶다. 사람의 몸에 담긴 여덟 개의 바람(八風)은 몸 안에서 희비(喜悲)의 감각을 표현하고 정신이 요동치게 한다. 그것을 지금 동시대의 우리와 같이 나누는 것, 즉 팔풍을 몸으로 행하고 절주를 이루어 화합해 앞으로의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것, 그것이 춤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 관람은 국립부산국악원 누리집(http://busan.gugak.go.kr)에서 온라인 예약과 전화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무아(舞我), 바람 딛고 오르다’=23일 오후 7시 30분, 24일 오후 3시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S석 10,000원, A석 8,000원(취학 아동 이상). 051-811-0114.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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