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150m 아래 민가… 갱내수 몸에 좋다고 떠가는 사람도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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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련산 구리광산 중금속 오염

부산 수영구 망미동 금련산 A광산 입구. 현재는 인근 사찰의 ‘동굴법당’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용객들이 중금속 등 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크다. 아래 사진은 광산 입구 앞 갱내수를 채취하는 모습. 부산 수영구 망미동 금련산 A광산 입구. 현재는 인근 사찰의 ‘동굴법당’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용객들이 중금속 등 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크다. 아래 사진은 광산 입구 앞 갱내수를 채취하는 모습.

일제강점기 때 판 금련산 구리광산 인근이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으로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료 채취 장소마다 중금속 검출량이 달라 오염 범위를 추측하기 어려운 데다, 광산 바로 아래 50여 곳의 민가가 밀집해 지속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갱도에 들어서면 동굴 법당

방문객 거리낌 없이 드나들어

갱내수, 마을 옆 계곡으로 흘러

주민들 과거엔 생활용수로 사용

입구 한 곳서 중금속 다량 검출

전문가 “마을 등 정밀 조사 필요”


■폐광 아래 민가 수두룩

금련산 A광산의 큰 입구는 가로세로 4m에 달할 정도로 크다. 입구를 지나자 수십 m의 갱도가 이어졌다. 갱도 벽면의 돌들은 불그스름한 빛을 띠었고, 바닥 곳곳엔 구리가 산화된 듯 초록빛이 돌았다.

갱도를 따라 50m가량 들어가자 장판이 깔린 동굴법당용 제단이 나타났다. 제단 앞에는 방문객 2~3명이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 중이었다. 중금속 오염 우려가 큰 광산임에도 방문객들은 거리낌 없이 동굴을 드나들고 있었다.

제단 너머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갱내수’가 가득 차 더는 들어갈 수 없었다. 수질 검사 결과 갱내수에서는 카드뮴, 구리, 아연 등이 소량 검출됐다.

갱내수는 갱도 외부에 직사각형 모양의 시멘트로 만들어진 우물로 향했다. 우물에 고인 물은 계곡에 합류해 광산에서 약 150m 아래 민가 바로 옆으로 흐른다.

A광산은 오래전 광업을 생업으로 삼던 사람들이 자리 잡은 ‘망미동 광산마을’과 인접해 있다. 폐광에서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면 수십 채의 민가가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중금속 오염 범위를 특정할 수 없는 만큼 이 마을도 안전지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오염 범위 추측 어렵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동의분석센터에 의뢰한 금련산 A광산의 토양 검사 지점은 총 3군데다. 현재 A광산은 위, 아래로 크고 작은 입구 두 곳이 있다. 토양 검사는 작은 입구 앞 한 곳과 큰 입구 앞과 상단부 두 곳의 토양을 채취해 분석했다.

검사 결과, 가장 많은 중금속이 검출된 곳은 큰 입구 앞쪽이다. 이어 큰 입구 상단부, 작은 입구 앞 순으로 중금속 검출 수치가 높았다.

큰 입구 앞에서는 모두 8개 중금속 항목(카드뮴, 구리, 비소, 수은, 납, 6가 크롬, 아연, 니켈) 중 3개(구리, 납, 아연)가 토양환경보전법에서 정하는 2지역 기준치를 넘어섰다. 2지역은 지목이 임야, 염전, 창고용지 등이다. 비교적 사람 왕래가 잦은 1지역(공원, 묘지 등) 기준을 삼았을 경우에는 카드뮴 검출량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1지역 기준으로는 큰 입구 상단부 토양도 3개 항목(구리, 납, 아연)이 기준치를 웃돌았다. A광산의 경우 지목상 임야지만, 현재 동굴법당으로 쓰여 접근이 쉬울 뿐 아니라, 민가와도 인접해 사실상 1지역에 가깝다. 작은 입구 앞은 8개 항목 모두 검출은 됐으나, 기준치를 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3곳의 검사로 A광산의 중금속 함유량이나 오염 범위를 섣불리 추측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광범위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신현무 교수는 “이 정도의 중금속 수치가 나왔고, 바로 옆에 광산촌이 있다면 마을 근처까지도 실태조사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갱내수 생활용수로 썼다”

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주민들은 과거 A광산에서 나오는 물을 생활용수로 썼다. 중금속 오염이 우려되는 광산 근처 땅에서 밭을 일구기도 했다.

주민 김 모(80·수영구 망미동) 씨는 “갱내수가 몸에 좋다며 물을 떠가는 사람도 여럿 봤다”면서 “그때는 광산에서 흘러나온 물이나 흙에 중금속이 있 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폐광산과 주변지역의 지하수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 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광산 일대의 중금속 오염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서야 하며, 특히 광산마을 주민 건강에 대한 면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승훈·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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