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념일’ 지정만… 정부, 부마항쟁 기념관 잇단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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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1주년 국가기념식 모습. 부산일보DB

부마민주항쟁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관 건립이 수년 째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4대 민주항쟁 중 유일하게 기념관이 없지만, 정부는 번번이 관련 예산안에 퇴짜를 놓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하 재단)은 “내년 정부 예산안에 부마민주항쟁 기념시설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예산을 포함해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고 21일 밝혔다.

항쟁기념재단 2018년 출범 이후
타당성 용역 예산 요청 거절 당해
정부, 갖은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
4대 민주항쟁 중 유일 기념관 부재

재단은 2018년 출범 직후 지속적으로 부마민주항쟁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 ‘2020년 중장기 발전 방안 연구’를 통해 2026년까지 공사비 300억 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8300㎡)에 전시관·미디어자료실·강의실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건립 일정은 조금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재단 측은 2019년과 2020년 정부 측에 타당성 용역 예산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부됐다. 지난해 4월에는 본예산에 기념관 건립을 위한 설계비 2억 원을 반영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기념관 터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거절당했다. 이후 재단은 지난해 말 부산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등과 간담회를 열고 부마민주항쟁기념관을 부산대 교내에 건립하기로 합의해 부지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업 계획 등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는 타당성 용역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가 부마항쟁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며 의미를 재조명하고 있지만, 기념관 건립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마민주항쟁은 민주화를 이끈 4대 민주항쟁(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6·10민주항쟁)중 유일하게 기념관이 없다. 4.19민주혁명역사관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2곳을 보유한 광주와는 대조적이다.

부산시의 미온적인 태도도 건립 지연에 한몫하고 있다. 재단은 부산시에 현안사업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재단 측은 2019년에서야 국가기념일로 인정된 부마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계승해야 하지만 기념관 없이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한다. 재단은 지난해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를 통해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상시로 항쟁의 역사를 기념하고, 계승사업을 전개하는 것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차성환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은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인 가치를 생각할 때 독립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 체제에 저항해 1979년 10월 16일부터 닷새간 부산과 마산(현 창원시 마산합포구·회원구)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다. 박정희 유신정권은 임시휴교령, 비상계엄령 등을 선포하고 강경 진압에 나서 시민과 학생 1500여 명을 연행했다. 10여 일 뒤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지는 10.26 사건으로 이어져 행정안전부는 항쟁 40주년 만인 2019년 9월 부마민주항쟁 시작일인 10월 16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재단은 기념관 건립 사업 시작점이 될 수 있는 타당성 용역부터 먼저 실시할 수 있도록 부산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최은정 학술·기념사업팀장은 “부마민주항쟁이 부산에서 갖는 역사적인 의미가 큰 만큼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념관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주면 정부 예산안 통과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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