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시점인데… 컨테이너에 막힌 ‘2860세대’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의 수천 세대 규모 오피스텔이 공사업체 간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오피스텔 주차장 출입구를 하도급 업체들이 컨테이너로 틀어막으면서 입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명지국제신도시 신축 오피스텔
체불 공사 대금 지급 요구하며
하도급 업체들 출입구 2곳 막아
26일 오전 10시 30분께 취재진은 강서구 명지동 한 신축 오피스텔을 찾았다.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지상 출입구는 총 3곳. 그러나 그중 한 곳으로만 차량 통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나머지 출입구 2곳은 육중한 철제 컨테이너가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청)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은 20층 높이 총 2860세대 규모로 2017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이달 13일 준공됐다. 1~2층에 들어올 영화관 등 상업시설을 포함해 입주민까지 대규모 입주가 시작된 상황이다.
그러나 입주 시점에 출입구 2곳이 봉쇄되면서 이삿짐 차량이 한 곳에 줄줄이 몰리는 통에 인근 도로는 연일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오피스텔 입주민 최수진(가명·45) 씨는 “어제는 출입구 3곳이 전부 막혔는데 그나마 오늘 한 곳은 뚫린 상황”이라면서 “입주민이 본격적으로 들어올 시기인데 컨테이너가 언제 치워질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피스텔 주차장 소동이 시작된 건 지난 21일이다. 오피스텔 시공사인 A사의 하청업체 B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체불된 공사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출입구 3곳을 모두 컨테이너로 막아선 것.
A사는 다음날인 22일에 곧바로 컨테이너를 철거했지만, 업체 측이 다시 지난 25일 출입구 3곳을 봉쇄했다. 현재는 입주민 불편을 우려해 출입구 3곳 중 한 곳의 컨테이너는 자진해서 철거했다.
하도급 업체 7~8곳은 오피스텔 공사 대금 미납액이 20억 원 상당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준공 후에도 공사대금을 대부분 받지 못하고 있는데 A사와 B사 모두 모두 책임을 피하고 있다”며 “이번 주 안으로 경찰에 A사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A사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명지국제신도시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경제자유구역청은 주민 민원이 속출하자 행정지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경자청 건축과 측은 “오피스텔 주차장 입구가 컨테이너로 막히면서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공사대금 미납은 노동청 소관이지만 입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행정지도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글·사진=이상배·김성현 기자 sang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