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최고 초등교원양성 시스템 붕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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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전 부산교육대학교 총장

당사자인 부산교대 학생과 교수, 그리고 총동창회 등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을 일방 강행하고 있다. 2013년부터 4년간 부산교육대학 총장과 2016년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을 맡으며, 세계 최고의 초등교원 양성 요람인 교육대학의 전문성 확보, 교육여건 개선 등 법·제도 개선에 혼신을 다해 온 사람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대 교수이자 총장으로서 예비교사를 직접 가르치고, 교육대학을 운영하며 당시 세계 석학과 저명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그때마다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한국의 초등 교원양성시스템을 부러워하며, A부터 Z까지 벤치마킹하기에 바빴다. 몇몇 국가는 아예 양성시스템 일체를 배우기 위해 여러 명의 실무자까지 데려오기도 했다.

우리는 피할 수 없는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에 맞닥뜨리게 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 문제에 대응하는 사고와 방법은 기존의 관성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시절, 정년 단축 논리로 고령 교사 1명을 내보내면 젊은 교사 2~3명을 채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과는 초등교사의 대량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교육대학의 구조조정 논의는 종합대학의 그것과 달리 교육 공공성과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적 사고 등 발상 전환적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그 핵심은 단순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교육대학 자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재구조화이어야 한다.

첫째, 교육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대학의 전문성·특수성은 물론 우리 아이의 교육복지를 위한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지난 60년간 독립된 초등교원양성대학으로 존립하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원양성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사관학교, 경찰대학과 같이 특수 목적의 독립된 공공 대학으로 확고히 해야 한다.

둘째, 고교 최상위 5~10% 이내 우수 학생들이 계속해 유입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실력 있는 교사로 양성되는 선순환 구조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그 핵심은 독립된 교육대학의 존치다. 종합대학의 부속된 단과대학으로는 정책과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독자적인 교육대학의 명성과 지위는 학생들의 자긍심과 인재 유치와 직결된다.

셋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격수업과 방역 안전 등 ‘작은 학교’, ‘작은 교실’이 미래 교육의 핵심 전략임이 확인됐다. 교육전문가와 현장 교사들도 맞춤형 쌍방향 및 혼합교육(등교+원격), 기초학력 보장 등 미래 교육에 대비한 최적화된 모델이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임을 체험적으로 확립했다. 교사 증원 등 범정부 차원의 교육적 결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대학 총장 등 일부 의사결정권자 중심으로 논의된 이번 통합은 절차적 민주성은 물론,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백번 양보해 필요하다면 종합대학과의 단순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인근 교육대학 간의 시너지를 내를 교육적 융합을 고려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13년 전 제주대와 제주교대의 통합에 따른 후유증과 진통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실상 통합효과가 부재하고, 제주교대의 존재감만 상실했다는 주장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제주교대 총동창회보에는 ‘제주교대는 2008년 통합과 함께 시간이 그대로 멈췄다’, ‘제주교육대학을 다시 분립해야 한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단순 경제 논리에 함몰된 단편적 통합은 대한민국 교육력의 크나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교육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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