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전기차 보조금, 타지역으로 줄줄 샌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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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두번째 전기 SUV 모델인 ‘테슬라 Model Y’. 부산일보DB 테슬라의 두번째 전기 SUV 모델인 ‘테슬라 Model Y’. 부산일보DB

부산의 대기 질 개선을 위해 부산시민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허술한 규정 탓에 타 지역으로 줄줄 새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부산시민은 보조금 지원을 받지 못해 되레 전기차 구입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서울·대구·울산 등과 대조


市, 최종 사용자 주소 확인 안 해

‘타지 렌트·리스’ 몰려 벌써 소진

법인 테슬라 40%가 부산서 등록

허술한 규정 탓 부산시민만 피해


27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올 2월 22일부터 ‘2021년 전기자동차·전기이륜차 구매보조금 지원사업’을 시작해 최근까지 보조금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부산의 경우 전기자동차 3500대에 대한 구매 지원을 해 주고 있으며 이 중 승용차가 2303대로 3분의 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승용차의 경우 대당 최대 1300만 원(국비 800만 원, 시비 50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승용차 2303대 중 40%에 해당하는 921대가 법인에 배정돼 있는데, 문제는 법인 형태인 렌터카·리스업체의 경우 시가 업체 주소지만 부산인지 확인할 뿐 최종 사용자의 주소지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렌터카·리스업체가 부산에서 보조금을 받아 차를 사고, 이를 전국의 고객들에게 뿌려 주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실제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전국에서 법인이 등록한 테슬라 자동차 대수는 953대인데, 이 중 부산에서 등록된 수만 384대(40.3%)에 달한다. 개인의 경우 전국 테슬라 등록이 2308대인데 부산은 149대(6.5%)였던 것을 감안하면, 법인의 부산 등록이 월등히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1분기는 현대차가 모델을 변경하는 시점인 데다, 신차 출고까지 늦어지면서 테슬라 구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결국 부산의 고농도 미세먼지를 저감해 대기 질을 좋게 하고, 전기차를 구입하는 시민 부담도 줄여 주려는 게 재정 투입의 목적인데, 목적과 달리 세금이 쓰인 것이다.

실제 부산시 법인분 보조금은 지난 9일 모두 소진돼 현재로서는 부산의 다른 법인이 전기차 보조금을 신청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신모델 구입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부산의 한 소규모 법인 관계자는 “신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법인에 배정된 보조금이 모두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최대 1300만 원 보조금이면 적지 않은 돈이고, 사실은 그것 때문에 부담 없이 전기차를 구입하려 했던 건데 예상액을 초과하게 돼 일단 구입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서울, 세종, 대구, 대전, 울산 등지에서는 모두 ‘최종 사용자’의 주소지 또한 해당 지역이 맞는지를 확인한 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종 사용자의 주소는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부산시 보조금을 받은 차량이 어디에서 다니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환경부가 처음 보조금을 내려줄 때의 지침을 따랐을 뿐인데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최종 사용자 규정들을 넣어 공고를 내는 바람에 이 같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전기차 보조금을 법인이 신청을 많이 하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개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법인 물량을 40%로 축소 조정해 놓았다”면서 “개인 물량은 673대 중 199대만 보조금이 지급돼 아직 여유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전기차 보조금 사업이 전국적 사업인 만큼, 환경부에 기준 일괄 적용에 대한 건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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