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파양과 유기는 다를까...'좋은 이별'은 없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양되는 동물들
최근 파양동물 이용한 영업도 성행
동물도 보호자 바뀌면 '스트레스' 커
10~20년 책임질 수 있는 입양해야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식같이 키운 강아지를 파양합니다. 사랑으로 키워주실 분, 연락주세요.”

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입양한 동물을 다른 보호자에게 보내는 것, 이른바 ‘파양’이라고 하는데요. 이 커뮤니티만 보더라도 파양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가족의 반대, 임신‧출산, 알레르기 등 건강상 이유, 이민, 이사, 문제적 행동, 경제적 이유 등…. 심지어 일부 보호소에 가보면 강아지가 ‘너무 짖어서’ 파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올라온 '파양' 게시물에서 파양의 이유를 발췌해봤습니다. 서유리 기자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올라온 '파양' 게시물에서 파양의 이유를 발췌해봤습니다. 서유리 기자

많은 보호자들이 입양할 땐 반려동물의 평생을 책임질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이 다짐을 지키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 당장 1~2년이 아닌, 10~20년이 지난 후에도 돌볼 형편이 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의 사례를 볼까요? 편집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야겠지만, 고양이를 처음 데려올 때 초기 비용만 100만 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사료와 화장실, 모래뿐만 아니라 급수기, 캣타워, 스크래처, 숨숨집 등 고양이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하는 데 들어간 비용입니다. 초기 비용은 형편에 따라 이보다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매달 간식, 건강보조제(영양제), 모래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갑니다.

반려동물과 오랫동안 함께하려면, 예방접종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필수입니다. 심장사상충이나 외부기생충 감염에 대비해 한 달에 한 번씩 약도 발라야 하고요. 혹시나 질병이 발견되면 병원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보험 적용이 안 돼 사람보다 3~4배 비쌉니다. 게다가 부루처럼 오랫동안 질병을 앓는다면, 병원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겠지요.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를 맞이하기 전 구입한 물품들입니다. 편집국이라는 특수한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적절한 환경을 갖추는 데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를 맞이하기 전 구입한 물품들입니다. 편집국이라는 특수한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적절한 환경을 갖추는 데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특별한 사례도 아닙니다. 지난해 부산연구원에서 반려동물과 생활할 때 월평균 얼마를 지출하는지 조사했는데요. 매달 10~20만 원을 쓴다고 응답한 비율이 35.2%(177명), 20~40만 원을 쓴다고 응답한 비율이 29.0%(146명)였습니다. 항목별로 살펴보니 병원진료비, 사료‧간식비, 미용비, 물품구입비, 교육비 순이었습니다.

비용 외에도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시간을 들여 산책을 하거나 놀아줘야 하고, 오랜 기간 집을 비울 수도 없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털이 많이 날려, 원래 없던 알레르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집을 구할 때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웃과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결혼을 할 경우 임신이나 출산 때 주변의 반대에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각오가 돼 있어야만, 어려운 상황이 찾아와도 유기나 파양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예전엔 지인들에게 파양을 부탁하곤 했지만, 최근엔 파양동물 관련 영업도 생겨났습니다. 이른바 ‘보호소’, ‘보육원’과 같은 이름을 붙이고 파양동물을 받아주는 곳인데요. 물론 순수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운영됩니다. 안락사 없이 입양될 때까지 책임진다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파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보호자들에게 많게는 수백만 원가량의 돈을 받기도 합니다. 파양당한 동물을 입양해가는 이들에게도 책임비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하는데요. 보통 동물구호단체나 개인 구조자들도 책임 있게 키워달라는 의미에서 ‘책임비’를 받지만, 소정의 금액이거나 1~2년 후 돌려줍니다. 하지만 일부 파양동물 보호소는 품종에 따라 책임비를 달리 받기도 한다는데요. 일부는 펫숍 운영자가 보호소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파양동물을 입양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막상 가보니 사실상 변종 펫숍이더라’는 경험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파양동물을 이용한 영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설명한 자료입니다. 양육포기자에게는 파양의 대가로, 입양자에는 책임비 명목으로 돈을 받고, 시민들에겐 후원금을 받아 운영됩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파양동물을 이용한 영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설명한 자료입니다. 양육포기자에게는 파양의 대가로, 입양자에는 책임비 명목으로 돈을 받고, 시민들에겐 후원금을 받아 운영됩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파양동물 수탁업이 필요한 서비스일 수도 있습니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사인데,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죠. 혼자 키우다 장기간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민‧형사 소송에 휘말려 수감될 수도 있고, 장기간 출장을 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서 거둬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이런 서비스라도 있는 게 다행이라 느껴질 겁니다. 차라리 유기를 하는 것보다는 파양동물 수탁업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 2~3년 동안 우후죽순 생겨난 이같은 사업이 새로운 영업형태라 동물보호법의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한 업체에 맡긴 강아지가 개농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끝까지 책임진다며 호언장담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례였습니다.

수의사법을 위반하고 자가진료를 한 곳들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파양동물 이용업에 대해 조사해온 동물자유연대 한 관계자는 “파양비를 한 번에 받는 구조로 운영되다 보니 동물을 오래 데리고 있을수록 수익이 감소한다. 그래서 입양자의 입양 능력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떠넘기다시피 보내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동물보호법상 이같은 영업 형태가 없다보니, 적용할 수 있는 법규도 없는 상황이다. 법 개정을 국회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파양 스트레스는 큽니다. 충성심이 강한 강아지는 보호자가 바뀌는 것 자체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도 낯선 환경에다 보호자마저 없다면 더 큰 불안을 느낍니다. 부산경상대 반려동물보건과 최동락 교수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은 숨어서 나오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심할 경우 식음을 전폐하기도 한다”면서 “파양이나 유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입양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호자들은 ‘이런 환경에서 키우느니,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곳에서 크는 게 낫겠지’라고 생각하며 파양을 결심합니다. 사람에게 ‘피치 못할 사정’은 있어도, 보호자가 전부인 동물들에게 ‘좋은 이별’이란 없습니다.

참, 지난주 부루 소식을 전해드린 뒤로 걱정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부루는 자가면역질환인 '낙엽천포창'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질환이 의심된다고 합니다. 현재는 피부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피부가 벗겨졌던 곳에 새로운 솜털이 돋아나고 있는데요. 활력도 되찾은 모습이라 마음이 놓입니다.

각질로 털이 벗겨졌던 얼굴과 귓등에 새 솜털이 돋아났습니다. 부루가 조금씩 회복해가는 모습입니다. 서유리 기자 각질로 털이 벗겨졌던 얼굴과 귓등에 새 솜털이 돋아났습니다. 부루가 조금씩 회복해가는 모습입니다. 서유리 기자

참고로 낙엽천포창은 '난치병'이라고 합니다. 재발이 잦아 완치율도 낮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부루가 씩씩하게 이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저희 <부산일보> 집사들이 성심껏 돌보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의 일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