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청년 탈출도시, 부산’ 대책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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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고 있다. 대한민국 지방 도시의 ‘맏형’을 자처하던 부산도 추락 중이다. 혁신 경제 분야로의 전환 실패와 도시 성장관리 정책의 부재는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의 위상도 위협하고 있다.

부산에는 현재 전국 100대 대기업 본사 중 단 1개사만 있다. 혁신 지표 중 하나인 특허 출원은 최하위다. 26년째 지속 중인 인구 감소세는 작년 9월 340만 명대까지 무너뜨렸는데도, 올해도 계속 진행형이다. 가장 뼈아픈 점은 수도권으로의 청년층 유출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마른 들판의 작은 불씨 하나가 산불로 번지듯, 도시 전반에 그 악영향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부산, 성장관리 정책 부재 위상 추락

특히 청년층 급속한 도시 탈출 심각

젊은 층 부산 회귀 위한 정책 시급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은 해법 안 돼

도심 공공시설 투자 대폭 확대 필요

경관·생태 등 살고 싶은 곳 만들어야


올해 들어 교육 분야가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부산의 거의 모든 대학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서둘러 추가 모집을 했다. 현재 대학들은 내년부터 대규모 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이런 노력도 인구 감소라는 도시쇠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산은 향후 10년 이내로 40% 이상의 초등생 감소가 예상된다. 교육 분야의 충격은 지역사회 곳곳에 2차 충격으로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 타격에 이어 도시 내 청년층 감소는 지금보다 더 큰 인구 감소 도미노 현상과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인구 감소는 공공 분야에서도 행정구역 통폐합, 시 재정 악화로 인한 공공서비스 감소로 이어져 부산시민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60~70년대 자동차 보급 확대와 외곽 고속도로 건설, 도심 내 인종 갈등과 주거환경 악화, 기업의 교외 이전 등으로 대규모 교외 확장이 이뤄졌다. 주요 세금원이었던 부유한 백인들의 도시 탈출은 당시 도시 재정을 크게 악화시켰다. 이는 시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악화로 연결돼 특히 저소득층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성장관리 정책(growth management)’이 대책으로 도입됐다. 먼저 도시의 무분별한 외곽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 성장경계(urban growth boundary)를 설정하고 외곽 공공시설 투자를 제한했다. 더불어 도심 공공투자를 집중해 쇠퇴한 도심을 다시 살기 좋은 곳으로 재생하였다. 도심으로 오는 기업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도심 내 주거 지역을 정비해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직·주 근접 정책(job-housing balance)’을 폈다. 이후 기업들을 따라 청년들이 도시로 다시 돌아왔다. 현대 미국 도시들의 핵심 전략이 된 스마트 성장(smart growth)정책의 기반이 되었으며, 도시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미국과 달리 부산은 인구 감소 시기에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도시 외곽 확장정책을 고집한 것이다. 외곽에 산업단지와 주거단지를 건설하면서 도심 인구 축소를 부추겼다. 결과는 도심 내 주거환경 악화와 공동화였다. 첨단기업 유치는커녕 도심 고지대와 해안 지역의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 허가로 도심 경관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녹지와 공원 확대 등 도시관리에도 소홀해 주거환경도 거의 밑바닥 수준에 다다랐다. 현재 부산은 해운대 등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의 위상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러는 사이 첨단 기업들은 수도권으로 몰려 갔고, 젊은 층은 좋은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탈출하고 있다.

부산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5대 프로젝트인 가덕신공항과 북항재개발, 경부선 지하화, 부산엑스포, 동남권메가시티는 부산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특히 북항재개발과 철도 지하화, 부산엑스포는 도심 재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좋지 않다. 해수부의 북항재개발추진단에 대한 감사, 국토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 내 경부선철도 지하화 사업 제외, 기재부의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예비타당성 면제 거부로 인한 엑스포 유치 불투명성 등이다. 현재 어느 프로젝트도 녹록한 게 없어 보인다. 부산시의 전문적이며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새 시장 선출 이후 부산시 행정은 산적한 과제의 로드맵을 서둘러 작성해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도시쇠퇴 문제도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은 정답이 될 수 없다.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유치와 혁신인력 육성에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일상을 풍요롭게 보낼 수 있는 도시환경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도심 내 공공시설 투자와 개선을 통한 아름다운 도시 경관 조성과 생태환경 보전으로 부산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다시 돌아와 일하고(working), 살며(living), 즐기는(playing)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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