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 손맛 품은, 소박하지만 깊은 맛" 진칼국수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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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호텔조리사 경력 쌓고 2021년 '명인' 자리 오른 실력자
시원한 육수·쫄깃한 부추면이 비법. 들깨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돌솥비빔밥 인기
이달 하순부터 냉콩칼국수 시작

부산 부산진구 부전로와 새싹로 일대에는 식당이 정말 많다. 부전시장 인근인데다 각종 유흥시설이 즐비해 유동인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식당끼리 경쟁도 치열해 변화가 잦은 게 현실이다.

이런 지역에서 다른 가게에 비해 비교적 비싼 편인 칼국수 하나만 갖고도 8년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식당이 있다. 저력이 깊은 곳이라고 보지 않을 수없다.

‘진칼국수’ 진재일(65) 대표는 호텔에서만 30년 이상 조리사 경력을 쌓은 실력자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975년부터 조리업에 뛰어들었다. 꾸준히 실력을 쌓은 덕에 1980년대 초부터 대구 수성관광호텔, 울산 다이아몬드호텔을 거쳐 구미 LG전자 게스트하우스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했다. 부산에 내려온 것은 2010년 해운대 그린나래호텔에서 주방장으로 일하게 된 게 계기였다.

널리 알려진 실력 덕분에 2012년에는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산시지회에서 선정하는 ‘명인’ 자리에 올랐다. 조리사 중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는 독립을 선택했다. 그렇게 해서 문을 연 곳이 2013년 진칼국수였다.

진 대표는 “고급 레스토랑은 위험요소가 많아 망할 우려가 크다. 오랜 실력을 담아 깊은 맛을 내는 소박한 음식을 고르기로 했다.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식당간 경쟁이 치열한 부전시장을 골랐다”고 말했다.


들깨칼국수. 들깨칼국수.

진칼국수의 장점은 진하면서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부추 면이다. 진 대표는 “여러 집을 다녀본 손님들이 우리 집이 제일 낫다고 하더라. 국물 맛이 다르고 면이 쫄깃하다고 칭찬한다. 다른 가게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그래도 굳이 우리 가게를 찾아온다”며 웃었다.

진칼국수의 기본 국물은 ‘멸치 육수’다. 밴댕이와 멸치를 반반씩 넣고, 여기에 무, 대파, 생강도 더해 1시간 반 정도 끓인다. 너무 오래 끓이면 비린내가 난다.

면이 쫄깃한 것은 밀가루 반죽을 숙성시키는 기술 덕분이다. 면은 독특하게도 연한 초록색이다. 부추를 넣기 때문이다. 그는 “호텔에서 일할 때 수제비에 시금치를 넣었다. 반응이 매우 좋았다. 시금치는 비싸기 때문에 진칼국수에서는 부추를 넣는다. 부추와 칼국수는 궁합이 좋다”고 설명했다.

진칼국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들깨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돌솥비빔밥 ‘삼총사’다. 5월말부터 시작하는 냉콩칼국수는 더운 철에 찾는 손님이 많다.

인터넷 댓글을 봐도 이곳의 맛에 대한 손님들의 평가를 알 수 있다. ‘들깨 맛이 진하고 구수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이 가격에 바지락 칼국수라니, 최고, 너무 맛있다.’


들깨칼국수. 들깨칼국수.

들깨칼국수는 진한 들깨 국물이 인상적이다. 주변 식당들이 조리법을 배우려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진칼국수에서 일하다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운 종업원들이 퇴직 후 따로 가게를 차리기도 했다. 하지만 30년 경력에서 나오는 맛을 겨우 1~2년 배운 솜씨로 따라잡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바지락칼국수. 바지락칼국수.

진칼국수의 쫄깃한 면에서 부추 냄새가 은근히 풍긴다. 고명으로 올라온 생부추와 면을 함께 먹으니 맛이 확 달라진다. 진한 국물이 면과 잘 어울려 고소하고 달콤한 느낌을 준다. 들깨칼국수는 주로 여성 고객들이 즐겨 찾는다.

바지락칼국수의 경우 국물이 산뜻하고 시원하다. 그래서 남성 고객들이 좋아한다. 진칼국수에서 직접 담근 김치를 바지락칼국수 면에 얹어 먹으니 상큼한 맛을 더해준다. 다른 여러 식당에서도 칼국수를 먹어봤지만 김치와 이렇게 멋진 조화를 이루는 곳은 처음이다.


바지락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돌솥비빔밥에는 다섯 가지 나물이 들어간다. 호박, 채나물, 당근, 고사리, 콩나물이다. 아삭한 나물의 은근한 향이 잘 어우러져 있다. 나물은 볶지 않고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만든다. 이렇게 하면 향과 아삭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비빔밥은 낮에 오는 주변 회사 직원들의 점심 메뉴로 인기다.

이달 하순부터 재개하는 냉콩칼국수는 경북 영주 콩으로 만든다. 다른 지역 콩에 비해 맛이 더 고소해 이전부터 사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진 대표는 “냉콩칼국수는 날씨가 더워지면 만든다. 직접 면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일이 많다”고 말했다.


돌솥비빔밥 돌솥비빔밥

△진칼국수/들깨칼국수 5000원, 바지락칼국수 4500원, 돌솥비빔밥 5500원.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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