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얀마 사태와 선한 사마리아인
이병수 고신대 글로벌 교육학부 교수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80여 일이 지난 최근 자료에 의하면 누적 사망자 738명, 언론인 영화배우 시위 지도자 등 대거 체포로 3152명이 구금되었다고 한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717명은 도피 중이며 그중 일부는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다. 심지어 무장 군인들의 무차별 총격으로 40명 넘는 어린이와 여성, 임신부 등 수많은 고귀한 여성들이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그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아무런 죄 없는 어린 자녀의 목숨을 잃고 통곡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언론에서 보면서 미얀마인들의 고통에 대해 민감함이 절실히 필요하다.
<피로사회>의 저자로 유명한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최근 팬데믹 시대에 겪는 ‘고통의 철학’으로 <고통 없는 사회>를 출간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냐고 지적하면서 ‘고통의 윤리’에 관한 성찰을 강조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당하는 폭력과 고통의 영상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늘날, “우리의 영혼은 타자의 고통에 대해 완전히 무감각하고 둔감하게 만드는 굳은살로 온통 뒤덮인 듯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이번 미얀마 사태에 재연되는 것을 국제적으로 모든 힘과 수단을 동원해서 막아야 한다.
다행히 대한민국 곳곳에 살아있는 양심들이 미얀마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각자의 아픔으로 여기고 도와주는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부산 YMCA,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및 그 외 많은 기관들이 모범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누가복음 10장에 강도 만나 거의 죽게 된 사람을 도와주는 인물이다. 지금 미얀마인들은 군부라는 강도를 만난 사람들이고 그들은 거의 죽게 된 상황이다. 사마리아인은 인종적으로 유대인과 가장 적대적이었던 사람이지만 인종을 초월해서 고통당하는 자를 도운 진정한 이웃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과 고통 가운데 산업화·민주화·선진화를 이룬 대한민국이 고통당하는 아시아인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진정한 그들의 이웃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적 소명이자 책무이다.
우리 또한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에 고통당할 때 국제사회의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도움으로 민주화를 이루게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서 역지사지와 동병상련의 마음과 국제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프랑스의 사상가 장 지글러의 표현처럼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변화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봉사했던 교회 청년회 회장이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내용은 청년들이 선한 곳에 사용하기 위해서 헌금을 모았는데 어디에 사용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돈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서 사용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더니 청년회 회장이 회원들과 의논한 뒤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헌금을 미얀마 민주화 시위 단체에게 전달하게 되었다. 정말 이 시대에 멋진 ‘쿨’ 한 선한 사마리아 젊은이들이다.
1980년 학살을 겪은 광주시민들은 쿠데타에 반대하고 미얀마인들의 민주주의 시위를 지지하는 ‘미얀마 광주연대’를 만들어 주말마다 집회를 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부산도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공존과 연대의 마음으로 정기적으로 모여서 그들을 응원하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삶을 실천하면 좋겠다. 고신대 재학 중 미얀마 학생에 의하면 한국 젊은이들과 시민사회가 미얀마를 위해 관심과 성금을 보내주고 응원해 주는데 미얀마 사람들이 감격해서 힘과 용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런 국제적 연대와 협력으로 미얀마에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정착되어 민주화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