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혼모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엄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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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들 홀로 키우는 성지은 씨

“미혼모가 아니에요. 한 사람의 평범한 엄마랍니다.” 성지은(48) 씨는 검도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친구와 뛰노는 아들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아들 민찬이와 화목한 가정을 꾸려 오고 있는 성 씨다. 7년 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그는 두려움보다는 책임감과 설렘이 컸다고 했다. 결혼은 원치 않았지만, 자기 속으로 낳은 아이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혼 싫지만 아이 원해 임신
삶 힘들지만 아들 생각에 힘내
부정적 눈초리에 당당히 맞서
“한부모가정 지원 확대해야”

정자 기증을 받아 아이를 갖는 것도 고려했던 성 씨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민찬이는 값진 선물이었다. 그는 “혼자 아이 낳아 키우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며 “주변에서도 혼자 아이를 번듯하게 키워 내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릴 때도 부끄럽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임신 사실을 전하면서 “아이 아빠는 됨됨이가 괜찮으니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말라”면서 “결혼해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 낳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정부가 가족 범주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처럼 성 씨네와 같은 비혼 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지난달 27일 여성가족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앞으로 한 부모 가정이나 동거, 비혼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법적 가족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아버지 성을 우선적으로 따르는 부성 우선 원칙도 바뀐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와 그 자녀에게 차별적인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 만큼 자녀의 성도 부모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오래전부터 성 씨는 남들에게 먼저 자신을 미혼모라고 소개한다. 그는 “우리의 삶이 마냥 위태롭고 암울한 건 아니다”면서 “비혼 가정에 부정적인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당당하게 나서서 인식을 바꿨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좋지 않은 사건으로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비혼 가정을 보는 성 씨 역시 그 상황에 이해가 가면서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는 “나도 삶이 막막해 종일 가만히 누워 죽음만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만 내 아이가 혼자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니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금도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미혼모와 비혼 가정에 용기를 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조금만 손을 내밀면 여러 가지 지원을 해 주는 곳이 적지 않으니 혼자 숨어서 끙끙 앓지 말고 도움을 청하면 좋겠다.”

성 씨는 2018년부터 부산역 건물 1층 ‘소당 한 그릇’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미혼모 자립 지원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민찬이와 오래 머물 수 있는 전셋집도 구했다. 성 씨는 “거처를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아들이 불안해했는데, 새집으로 가면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빨리 팔려야 이사를 가는데, 안 팔려서 걱정”이라며 소리 내 웃었다.

당당한 엄마 성 씨지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민찬이의 정서 치료가 어려워진 탓이다. 어릴 적부터 발달이 늦어 치료를 받았는데, 5월부터 치료비 지원이 끊어졌다. 성 씨네처럼 지원이 필요한 한 부모 가족이 늘어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성 씨는 “비혼 가정 지원 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만 지원 대상에서 종종 제외되기도 한다”면서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맞게 대책을 세워 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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