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림포구도 좋지만…” 부산문학관 입지 원점 재검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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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6일 부산시청에서 부산문학관 건립을 위한 범문학계 전문가 간담회(이날 15명 참석)가 열렸다. 공론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가장 큰 변화는 부산문학관 건립이 ‘시장공약사업’이 됐다는 점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부산시는 부산문학관을 신평장림산업단지(장림포구 인근)에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부산일보 3월 26일 자 1면 보도)했었다. 이날 설명에 따르면 현재 계획은 신평장림산단 부지 2000~3000㎡에 200억~300억 원 예산으로 연면적 6500~8000㎡의 부산문학관(지하 1층 지상 4층)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김명수 부산시 문화예술과장은 “시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다”라며 “입지 문제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으로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서두에 말했다.

범문학계 전문가 15인 간담회
장림포구 접근성 둘러싸고 논란
대안으로 시장 관사·북항 거론
낙동강변 입지 옹호 목소리도
콘텐츠·입지 숙의 계속하기로

이날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부산문학관 입지 문제였다. 이와 관련해 ‘부산문학관을 신평장림산업단지에 건립하는 것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었다. ‘외국의 문학관들은 쉽게 갈 수 있는 시내 중심가에 있다’며 ‘부산문학관이 신평장림공단에 들어선다면 아무도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박형준 시장이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고 약속한 ‘5500평 부산시장 관사’(남송우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 정인 부산소설가협회장)가 거론됐고, 같은 맥락에서 ‘황령산 문화벨트권’(최영구 부산문인협회장)도 얘기됐다. 또 부산 근대문학의 시작점이랄 수 있는 ‘제1부두’(조갑상 요산기념사업회 이사장), 나아가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는 ‘북항 재개발구역’(김성종 추리문학관장)도 제시됐다. ‘부산시민공원’(정현숙 부산시조시인협회장 등)도 거론됐으나 시민공원의 경우 법적으로 면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따랐다.

그러나 다수 의견과 달리 낙동강변 장림포구 입지가 괜찮다는 견해도 나왔다. “부산은 다중심의 도시로 접근성을 말하는 것은 이제 낡은 개념이다. 이곳 입지는 부산 내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좋다. 더욱이 공단은 근대화의 상징이며 이곳은 장차 물류와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문학적으로도 낙동강은 요산 문학의 현장이며, 해역은 해양문학과 닿는 의미가 크다.”(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

게다가 장림포구 입지를 택할 때 국비 확보라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김명수 과장의 설명이 있었다. 지방자치단체 문화시설의 경우, 이제는 국비 확보가 굉장히 어려워 거의 100% 부산시 예산으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림포구 입지의 경우도 국비 확보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절차상 몇 단계를 더 밟아 최종 선정 과정이 남았다는 부산시의 추가 설명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 절차를 통과했기 때문에 현재로서 국비 확보가 굉장히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장림포구에 지을 때 복합문화공간으로 짓는다는 문제도 논의됐다. “이것저것 섞인 복합공간이 아닌 부산문학관의 정체성을 분명히 지닌 것으로 해야 한다”(황선열 부산작가회의 회장 등)는 주장이 우세했으며 ‘시민들이 많이 찾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름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견해들(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 양경화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사무국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 김명수 과장은 “이를테면 부산문학관 90%에 생활문화센터 5%, 책문화센터 5%의 구성으로도 갈 수 있다”며 “의견이 모아지면 부산문학관 단일 공간으로도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산시는 완공 목표 연도를 역산해서 연차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산문학관 건립 기본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오재환 부산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남송우 문학평론가가 자문단장으로 지명됐으며 정영자 문학평론가 등의 제의에 따라 3개 소위원회를 구성해 입지 향방, 문학관 콘텐츠 확보, 건축 문제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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