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의 성지’ 아미동 은천교회 67년 만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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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부지 포함 내일부터 철거

10일 부산 서구 아미동 은천교회 건물 바깥에 건물 철거를 위한 비계와 방진망이 설치돼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의 성지’로 일컬어지던 부산 서구 아미동 은천교회가 결국 67년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됐다.

부산 서구청은 아미 4행복주택 진입로 확장을 위해 오는 12일부터 은천교회를 철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회 측은 예배당 의자 등 교회 살림을 건물에서 꺼내고 머릿돌, 명패, 벽돌들에 일일이 번호를 써 붙여 둔 상태다. 건물을 헐고 난 후 다시 번호 순서대로 조립해 복원하기 위해서이다. 교회 측은 이처럼 건물 복원을 바라고 있지만, 실제 이뤄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은천교회는 애초 천막으로 시작했고, 1955년 지금의 석조 건축물을 건립했다. 이 교회는 한국전쟁 당시 아미동에 정착한 피란민의 젖줄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피란민에게 강냉이죽과 분유를 전하는 보급소 역할을 했고, 전쟁 시기 아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안기는 학교로도 활용됐다.

교회 건물은 부산에서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1950년대 석조 건축물로 등록 문화재 수준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14년 교회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 아미 4행복주택을 건설키로 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어 버렸다. 서구청이 일대 도로를 확장하는 공사 계획을 세우는 바람에 은천교회 부지가 도로 예정지에 포함되고 말았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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