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속수무책에 학생·학과 소멸위기 직면한 지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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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집중 심화로 최근 10년 사이 부산지역 대학에서 100개가 넘은 학과가 사라졌다고 한다. 경남에서도 같은 기간 150개 학과가 사라져 부산·경남에서만 총 250개 학과가 자취를 감췄다. 전국교수노조와 전국대학노조 등이 10일 부산시청 앞에서 연 ‘지방대학 위기 정부 대책 및 고등교육 정책 대전환 요구’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동안 제기됐던 지방대 소멸 우려가 실제 수백 개 학과의 폐과로 눈앞에서 진행 중이라는 것인데, 침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 없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지방대 붕괴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고, 그 속도도 더 빨라지고 있다.

10년 새 부산·경남 250개 학과 사라져
정책 대전환 요구에도 정부 절박함 없어

교수노조가 제시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지방대의 피폐한 현실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2024년 우리나라의 추정 대학 입학생은 37만여 명으로, 현재 정원 48만 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11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제시됐다. 부울경 지역의 입학생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 10년간 부산은 18%(1만 1700명), 울산은 9%(8200명), 경남은 무려 25%(8500명)나 줄었다. 덩달아 학과 통폐합이나 폐과도 속출해, 부산·경남에서만 250개 학과가 사라졌다. 수도권 집중의 망국적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대학 체계마저 서울·경기권 중심으로 고착화하면서 지방대학 소멸은 되돌릴 수 없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광역지자체를 돌며 기자회견 중인 교수노조 등은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내놨다. 정부·지자체의 지방대 지원 육성, 교육재정의 대폭 확대, 대학 운영비 직접 지원 등으로 이미 몇 번 나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의미 있는 관심과 반응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방대 위기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 급박함과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최근 발표된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선정에서도 8개 컨소시엄 주관 대학 중 수도권 대학이 7개 분야를 독식했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 논의도 말만 무성할 뿐 뚜렷한 진척은 없다. 일일이 거론하자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먼저 지방대 소멸을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현안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자체나 지방대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등한시해도 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지방대 문제에 국가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은 한 해 대학 진학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대학 교육이 사실상 보편화했기 때문이다. 교수노조가 대학운영비 직접 지원을 요구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지원 비율은 선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여기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 가치의 실현은 더 절박한 시대적 과제다. 그렇다면 눈앞에서 사라지는 지방대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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