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다발성경화증
신경진 해운대백병원 신경과 교수

몇 해 전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다는 스토리가 나오면서 이 질환이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다발성경화증은 주변에서 쉽게 환자를 보기 힘든 희귀질환이자 생소한 질환일 것이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중추신경계에 해당하는 부분이 뇌, 척수, 시신경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중추신경계의 여러 곳에 만성적인 염증이 ‘다발성’으로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딱딱하게 ‘경화’되는 질환을 말한다.
염증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시신경염으로 인한 안구 통증 및 시야 장애, 척수염으로 인한 팔다리의 운동 마비나 감각 이상, 배뇨 및 배변 장애 등이 비교적 흔하다.
국내 환자는 약 2500명 정도로 추정된다. 2019년도 연구결과에 따르면 20~30대 젊은층 유병률이 높아지고, 증상도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 환자가 20~40대에 발병한다. 이 연령대에서 갑작스러운 안구 통증이 동반된 시력 장애와 함께 팔다리의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등이 발생한다면 한 번쯤 다발성경화증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발병 초기에는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증상이 좋아지기도 해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하고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있다.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재발이 반복되면서 중추신경계의 손상이 축적돼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조기 진단과 치료에 힘써야 한다.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다발성경화증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약을 투여하고 경과를 지켜보면서 재발 빈도나 정도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그래서 장애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급성기 치료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염증 반응을 빠르게 억제하고, 이후에는 재발 빈도를 줄이기 위한 완화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기존에는 완화요법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매우 적었지만, 최근에는 주사제에 비해 환자들의 거부감이 덜한 경구제도 많이 나왔다. 주사제 역시 2주 1회, 1달 1회 투여 등으로 투여 기간을 늘려 편의성을 높인 치료제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치료제는 해외에서 좋은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아직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사용이 어려운데,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좀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다발성경화증의 치료에 있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조기 진단이다. 아무리 좋은 치료제라도 이미 발생한 장애는 회복시킬 수 없고, 대부분의 치료제가 후기보다는 초기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