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80번 도전 끝에 8번째 PGA 한국인 우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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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한 8번째 한국인 선수가 탄생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열린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한국의 이경훈이 25언더파로 2위 샘 번스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AT&T 바이런 넬슨 역전 우승
기상 악화에도 집중력 유지
국가대표 출신 한국 무대 정상
2019년 PGA 진출 이후 첫 승
페덱스컵 랭킹 29위로 급상승
세계 50위권 진입 올림픽 기대

2, 3라운드에서 ‘노 보기’ 플레이를 한 이경훈은 중간합계 19언더파 197타로 선두를 1타 차로 뒤쫓는 단독 2위로 대회 마지막 날을 시작했다. 이경훈은 기상 악화로 경기가 중단과 속개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챔피언조에서 경쟁을 한 샘 번즈는 이달 초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강자이지만 이경훈은 주눅들지 않고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뽐냈다. 경쟁자 샘 번즈가 전반 9개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이경훈은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선두를 차지했다.

이경훈은 후반에도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생애 첫 PGA 우승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했다. 마지막 17, 18번 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추가하며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두 번만에 그린에 올리며 집중력을 유지했다.

최근 퍼터를 교체하며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팅 수 1.60개로 출전 선수 중 6위를 차지한 것도 우승의 원동력이다.

국가대표 출신 이경훈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한국오픈에서 2015년과 2016년 2연패를 달성했고, 일본프로골프 투어(JGTO)에서도 2승을 거둔 선수다.

이경훈은 2019년 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이번 대회로 80차례 PGA 투어 정규 대회에 출전했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은 올해 2월 피닉스 오픈 공동 2위였다.

역대 한국인 우승자로는 최다인 8승을 거둔 최경주와 김시우(3승), 양용은(2승), 배상문(2승), 임성재(1승), 강성훈(1승), 노승열(1승)이 있다.

한편 이날 PGA 첫 우승을 차지한 이경훈은 단숨에 남자 골프 세계 랭킹 50위 권으로 진입했다. 지난주 세계 랭킹 137위였던 이경훈은 무려 78계단이 오른 59위가 됐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23위 임성재와 50위 김시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순위다. 이경훈의 순위가 50위대로 급상승하며 7월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올림픽 남자 골프에는 6월 21일자 세계 랭킹 기준으로 한 나라에서 상위 2명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훈은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2020-2021시즌 페덱스컵 랭킹도 84위에서 29위로 껑충 뛰었다. 상금 순위 역시 77위에서 29위(252만 3153 달러)로 급상승했다. 이경훈이 페덱스컵 랭킹 30위 이내를 계속 유지하면 페덱스컵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까지 나갈 수 있다.

이번 우승으로 이경훈은 20일 개막하는 PGA 챔피언십과 2022년 마스터스 출전 자격을 얻었고, PGA 투어 2022-2023시즌까지 활동할 자격도 확보했다.

이경훈은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으니 나가서 경험을 쌓고, 또 좋은 플레이로 기회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며 “최선을 다해 시즌을 잘 마치면 30등 안에 들어 투어 챔피언십까지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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