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남권 방사선의과학단지 컨트롤 타워 구축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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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2010년 7월 동남권 방사선의과학단지 내의 제1호 국가시설로 개원한 바 있다. 이후 계획대로였다면 ‘중입자가속기 암치료센터’가 가동되어야 했고, 곧이어 수출용 원자로(기장로)가 완공되어 총 7000억 원대 규모의 국가시설이 중심이 되어 많은 방사선과 방사성 동위원소 관련 기업들의 유치와 착공으로 활기차게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중입자치료센터’는 1000억 원의 국고를 들여 건물만 완공되어 있고 내부의 핵심 치료시설은 텅 비어 있다. 중입자치료기는 종양을 치료하는 지금까지의 방사선 치료와는 차원이 다른 중성자 치료와 양성자 치료의 장점을 결합하여 암세포 살상력이 국내에 설치된 양성자 치료기에 비하여 약 3배 높고, 저산소 상태의 암 조직에 효과적이어서 정상조직의 부작용도 최소화한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린다.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기장군에 비발전 분야인 중입자가속기 등이 기장군민과 부산시민, 지역유지들의 염원과 노력으로 1950억 원 예산으로 도입 결정된 지 15년 이상이 지났다.

애초에 사이클로트론 방식의 중입자가속기에서 싱크로트론 방식으로 변경된 2014년 5월까지 4년이 허비되었고, 기종 변경 후 예산 부족과 기술력의 한계로 2016년 상반기까지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건물외관만 완공된 채 정작 핵심인 중입자가속기장비는 설치되지 못했다. 부산시와 기장군이 한국원자력의학원의 기술력을 평가할 수준의 총괄기구를 갖추지 않은 점도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하게 된 큰 이유이다. 최근 연세대의료원의 중입자가속기 도입 결정은 수도권 환자까지 치료할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착수한 기장 중입자치료센터의 선점효과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부산 의료의 중대한 ‘티핑 포인트’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2010년 상반기에 도입이 결정된 중입자가속기치료센터가 750억 원이라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그 주관부서가 서울대병원으로 넘어간 일은 부산지역의 의료인으로서 참담함을 느끼게 한 사건이다. 담당 부서인 한국원자력의학원, 기장군-부산시 담당자 그리고 기타 관련자들의 대처방식이 안일했다는 점도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동남권 방사선의과학단지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부산시-기장군, 그리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포함한 지역의 대형병원들이 합심하여 협업할 수 있게 컨트롤 타워의 발족이 절실하다. 이 컨트롤 타워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방사선융합 기술 대학원과 연계한 연구와 의료역량강화, 암치료 기술의 R&D 지속사업 시행, 중입자가속기의 조기 완공과 지역병원과의 협동운용, 사이버나이프나 사이클로트론 등의 고가 장비 공동운영체계 구축, 수준 높은 의료관광의 선봉에 위치하는 의료기술 제공, 수출용 원자로 사업(3000억 규모)과 연계한 신개념의 첨단 방사성동위원소 암치료시설(분자테라노스틱스 센터) 구축으로 차별화된 ‘동남권 방사선의과학단지’의 빛나는 성공을 이끌어야 하는 사명감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지역의 전문가와 행정공무원들의 피와 땀이 어린 수고가 수반되어야만 온전한 동남권 방사선의과학단지의 설립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서울지역으로 유출되는 환자를 감소시키고, 수도권을 포함한 타지역이나 타국에서도 특수한 질환의 치료목적으로 찾아오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동남권 방사선의과학단지의 꿈을 이루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대구 성서지역과 충북 오송의 첨단의료산업단지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첨복단지위원회를 정점으로 하여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설립되어 10년째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도 배워야 한다고 본다. 이 동남권 방사선의과학단지의 완성을 통해 좋은 일자리 만 명 정도는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부산시와 기장군이 나서서 컨트롤 타워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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