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의적 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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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진 동명대 유아교육과 교수 창의인성연구소 소장

30세에 에디슨은 축음기를 발명했고, 안드레센은 첫 번째 동화집을 출판하였으며,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였다. 이와 같이 인간 발달의 한창 절정기 단계에서 가능할 것 같은 창의적 산출물을 미켈란젤로, 베르디, 괴테, 피카소, 모네 같은 천재들의 생애를 보면 고도로 창의적 작품들이 70대, 80대, 심지어 90대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의성과 연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창의성은 일생 동안 지속될 수 있는 개념인 것이 여러 가지 사례에서 드러난다.

얼마 전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수상 인터뷰에서 그녀는 “나이 칠순이 넘어서 몰라도 되는 세상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미나리’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감독의 진심을 느낀 그녀는 독립영화인 미나리 촬영 환경이 열악한 줄 알면서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고여 있는 연기가 싫어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그녀의 결단력과 용기가 있었기에 미나리가 탄생한 것이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나빌레라’는 70세 할아버지 발레리노의 꿈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최근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적 연구에서도 증명되고 있는 뇌의 유연한 가소성(Plasticity)은 노화의 과정에서 창의성의 발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는 창의적 노화의 당위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건강한 뇌의 발달과 유지는 나이와 상관없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지능력을 비롯한 뇌의 수행 능력은 노화에 따라 줄어드는 신경세포(뉴런)의 수보다는 오히려 세포들 간의 원활한 연결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예술 활동은 이러한 두뇌의 건강한 발달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인간 행위 중 하나이다. 창의적 예술 활동이 뇌의 건강, 나아가 심신의 건강에 긍적적 효과를 가져오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경험적 사례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최근에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어 가면서 이러한 창의적 노화에 대한 사례들이 과학적인 증명과 함께 주목할 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창의적 노화(Creative Aging)란 기존의 노화에 대한 부정적 관념, 수동적 태도보다는 적극적인 노화욕구에 대한 방법론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창의성과 사회참여(social engagement)를 강조하는 창의적 노화는 성공적 노년을 실현하는 핵심적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노인의 창의적 능력에 대한 적극적 수용과 능동적 고령화, 노인을 위한 창의적 서비스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이 듦’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점점 많아진다. 그런데 나이 들어가는 것도 딱히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창의적 노화’라는 멋진 개념으로 요즘 위로받곤 했다. 그러던 차에 최근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만난 74살 최전성기를 맞은 윤여정의 수상 소식은 창의적 노화의 좋은 경험적 간증이 되어 더 반갑다. 요즘 트렌드 신조어인 ‘할매니얼 (할머니 감성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 윤여정을 보면서 우리는 ‘나이 듦’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였다. 노화에 대한 관점의 긍정적 변화가 창의성에서부터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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