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길고양이와 공존은 작은 배려로부터
길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도시의 일원이 된 ‘길고양이’. 세월이 흘러 ‘도둑고양이’란 꼬리표는 뗐지만, 여전히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는 뿌리 깊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단지에는 수년째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사체에서 ‘쥐약’이 검출됐는데요. 누군가 길고양이와 이들을 돌보는 캣맘·캣대디에 불만을 품고 먹이에 약을 탄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 사업 확대 비롯해
지자체 급식소 주택가 설치 필요모니터링·자발적 공존 노력을
미움받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울음이 소름끼친다, 아무 데나 대소변을 한다, 쓰레기통을 뒤진다 등등.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은 캣맘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기도 합니다.
미움의 감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죠. 부산시는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해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0개에 이어, 올해도 24개를 추가 제작했습니다. 급식소가 설치되면 캣맘들이 사료를 채우고, 주변 청소를 도맡습니다.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박혜경 대표는 “아직도 길고양이 밥 주는 걸 범법행위처럼 보는 사람이 많은데, 지자체가 설치하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공존을 위한 홍보 효과도 있다. 지자체 급식소가 공원이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등 더 다양한 곳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3년 남짓. 수명은 짧지만 번식력은 매우 강합니다. 공존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도 필수적입니다. 지자체는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해 ‘TNR’ 사업을 시행 중입니다.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Trap)해 중성화 수술(Neutre)을 한 후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Return)방식입니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만 마리가량을 수술했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시 길고양이 수가 19만 5000여 마리로 추정되니, 부산시의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10%대 수준에 그칩니다. 서울시가 22%인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실정입니다.
현재는 체계적인 모니터링도 되지 않습니다. 2008년부터 TNR 사업을 실시한 서울시는 2013년부터 2년 단위로 ‘길고양이 서식 현황 모니터링’도 실시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한편, 자발적으로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이웃들도 많습니다. 반여1-1, 온천4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들이 안전하게 이주할 수 있도록 노력한 캣맘·캣대디, 이주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준 시공사의 작은 배려가 많은 생명을 살리기도 했습니다. 자체적으로 길고양이 쉼터와 급식소를 운영하고 TNR 사업에 동참하는 이름 모를 이웃들 덕분에 길고양이들은 오늘도 잠깐이나마 고단함을 풉니다. 끝으로 편집국 고양이 소식도 전합니다. 부루는 6주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편집국에 돌아왔습니다. 고양이들이 편집국에 온 지 벌써 100일이 지났습니다. 편집국원들이 집사가 된 지도 어느덧 100일을 넘겼네요.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 업로드되는 고양이들의 일상 영상도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