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사진)를 체포하기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해 외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를 자국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벨라루스에 대해 유럽연합(EU)이 경제제재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정상회의를 열고 벨라루스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역내 영공을 비행하고 공항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제제재안에 합의했다. 제재안에는 벨라루스 정부에 체포된 야권 인사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이번 사건을 조사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도 담겼다.

벨라루스, 반정부 인사 탑승한 여객기
전투기 동원, 강제 착륙시킨 뒤 ‘체포’
EU “민간인 목숨 위험, 용납 못 해”
미국도 제재 동참, 유엔은 규탄 성명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전날 그리스 아테네발 리투아니아 빌뉴스행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벨라루스는 하마스의 테러 위협 때문에 비상착륙시켰다고 해명했다.

EU 정상들은 벨라루스 고위 관리를 추가로 제재하고 벨라루스 기업을 더 광범위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KLM과 독일 루프트한자, 핀란드 핀에어는 벨라루스 영공에서 운항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프랑스 교통부는 자국 항공사에 벨라루스 상공을 비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규탄도 잇따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 민간인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 우리가 제재를 논의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는 이날 각각 자국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규탄했다. 미국도 제재에 동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벨라루스의 강제착륙과 라만 프라타세비치의 체포는 국제 규약에 대한 직접적인 모욕”이라며 “EU의 제재 결정을 환영하며 미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방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옹호하고 나섰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SNS를 통해 “서방이 벨라루스 영공에서 벌어진 일이 ‘충격적’이라고 부르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