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강의’‘재방송 강의’… 등록금 아까운 대학 온라인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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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대학가에 비대면 강의가 확산되면서 일부 강사가 음주 상태로 강의를 하거나 2년째 똑같은 강의영상을 올리는 등 대면 강의에 비해 수업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학생들의 원성이 나온다. 이같은 문제는 지난해부터 반복적으로 불거졌지만 학교 측의 뚜렷한 대안은 없다.

술 마시고 뜬금없는 수업 진행
부산대 강사 비대면 강의 물의
동아대 교수는 2년째 같은 영상
부실 수업에도 학교 측 대안 없어

25일 부산대는 술을 마시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 물의를 일으킨 강사 A 씨를 상대로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2일 자신이 맡은 4학년 전공필수 수업에서 음주 상태로 1시간 30분가량 수업을 진행했다. A 씨는 수업 영상을 올린 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급한 나머지 음주 강의를 하게 됐네요”라며 당시 자신이 술을 마시고 수업을 진행한 사실을 시인했다. A 씨가 진행한 강의 내용은 강의계획서와는 전혀 무관한 건담 프라모델 조립으로 확인됐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부산대 측은 해당 강사에 대한 징계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대 3학년에 재학중인 김 모 (24) 씨는 “학생들의 취업과 직결된 4학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강사가 술을 마신 채 강의를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그동안 주변에서도 비대면 강의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항의했다.

동아대 2학년 김 모(20) 씨는 지난해와 똑같은 온라인 강의가 또 올라오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김 씨는 “작년에 올렸던 것을 올해 아무 업데이트도 없이 그대로 올리다 보니, 현재 시점과 맞지 않는 것이 적지 않고 이번 강의랑 아무 관계 없는 것을 올리기도 한다”며 “교수가 강의를 때운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강의시간이 너무 짧은 것도 불만”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3월 부산가톨릭대에서는 대학 강사가 온라인 수업 중 노래를 불러 학교 측으로부터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수업의 질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대에서는 부실한 비대면 강의로 인해 학습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학교 측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부 대학에서는 ‘모든 수업을 모니터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대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학과 조교에게 비대면 강의가 제대로 올라오는지 확인하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관리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부산대에서는 한 강사가 사전공지 없이 한 달간 전공필수 과목 강의를 진행하지 않기도 했다. 분개한 학생들이 이 같은 내용으로 대자보를 만들어 학교 건물 게시판에 내걸면서 공분을 샀다.

부경대의 경우 원격수업에 대한 운영관리지침은 마련돼있지만 온라인 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원격수업 관리위원회’가 지난 3월에서야 만들어졌다. 해당 위원회에서 부적절한 강의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아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 교육혁신처 관계자는 “조교에게 매번 수업이 올라오는지 확인하게 하는 등 학생들이 수업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강의를 열어 볼 수 없는 입장에서 일괄적으로 수업의 질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른다며 학교 측에 수업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태경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비대면 수업에 문제가 있다는 항의 민원을 신청받은 사례가 지난 12월부터 5개월간 20건이 넘었다”며 “사례를 모아 교육혁신처에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학교 총학생회 측도 “지난해 이미 진행한 비대면 수업을 녹화해 올해 또다시 틀어준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면서 “학교 측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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