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72. 모비 ‘Reprise’

모비(Moby)는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디제이와 프로듀서로, 자신의 일렉트로닉 음악을 오랜 기간 대중에게 선보여 왔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그의 음악들은 차트에 기록된 히트 곡은 아니지만 수많은 후배 음악가들과 음악 분야에 큰 영향을 주어왔지요.
얼마 전 ‘Reprise’라는 타이틀의 새 앨범이 발매된다는 소식과 함께 몇 곡의 음악이 선공개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앨범은 그의 전작들과 비교해도 유달리 더 흥미롭습니다.
바로 이 앨범이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된다는 것인데요. 클래식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도이치 그라모폰은 이미 작곡가 막스 리치터와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슨 등과 앨범을 발매하며 지금 시대의 클래식 그리고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음악에 대한 방향과 비전을 화두로 던져오고 있습니다.
이 연장선에서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로서 모비가 발표했던 주요 음악들이 다시 탄생한다는 것은 그의 팬으로서는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이 프로젝트의 발단은 2018년 그의 친구이자 얼마 전 ‘명반시대’를 통해 소개했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디즈니 콘서트홀에서의 공연을 통한 협업이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이 협업의 경험은 새 음반으로 이어지고 편곡이라는 단어 대신 ‘reimagining’ 이라는 표현을 쓰며 모비의 음악을 재조명합니다.
이 앨범은 포크 그룹 달링사이드, 재즈 보컬리스트 그레고리 포터, 커버 음악으로 스타덤에 오른 듀오 폼플라무스의 나탈리 던, 싱어송라이터 스카일라 그레이 그리고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루슨 등 세대와 지역 그리고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미 선 공개된 음악만으로 앨범의 이러한 다채로움과 진지함은 듣는 이를 압도합니다.
7번 트랙 ‘God Morning Over the Face of Waters’는 마치 스티브 라이히의 1967년 작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Piano Phase’가 이 시대에 다시 탄생한다면 이런 음악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 하게 하기도 하고요. 록 밴드 모닝자켓의 짐 제임스가 함께한 ‘Porcelain’은 이미 기존 발표했던 곡 보다 훨씬 드라마틱 하고 장엄하게 변화해 있습니다.
몇 곡의 공개만으로 이 앨범이 정식 발매 전 제가 이 글을 쓰게 할 만큼 말이지요. 이러한 음악적 진지함은 마치 핑크 플로이드의 1979년 앨범 ‘더 월’을 제가 처음 들었을 때의 그것과도 같은 경험을 하게 합니다. 오랜 음악 애호가들에게 다시 접할 수 없을 만큼의 뛰어난 완성도와 시대적 가치를 지닌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과 같은 작품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계속 될 수 있고, 다만 그것은 동시대의 창작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아티스트의 거침없는 비전, 그리고 그것을 언제든 환영할 준비가 된 음악팬들이 함께 만드는 위대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이 앨범이 말해 주는 듯합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