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터치 끝에 겨우 성공 “유명 콘서트 예매하는 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잔여 백신’예약 첫날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이용해 코로나19 잔여 백신 조회와 예약이 가능해진 27일 오후 부산 동구 수정동 길거리에서 한 시민이 예약을 시도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새로고침만 수십 번 했어요. 유명 가수 콘서트 티켓 구매하는 줄 알았습니다.”

코로나19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27일 오후 4시께 부산 남구 대연동 늘편한내과의원. 영업 마감 2시간을 남기고 한 여성이 헐레벌떡 병원으로 들어왔다. 이 병원에 단 1개 남은 잔여 백신을 예약하는 데 성공한 30대 김희진 씨였다. 김 씨는 예약 서비스가 시작되는 이날 1시부터 ‘불꽃 클릭’을 한 덕에 어렵사리 예약에 성공했다. 잔여 백신은 흔히 노쇼 백신이라고도 한다. 노쇼(No-Show)는 식당 같은 곳에서 예약만 하고, 실제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이른다.

희망자 몰려 카톡·네이버 접속 장애
전산 오류로 중복돼 헛걸음 소동도
인센티브 영향, 여유 물량 금세 동나

방역 당국은 백신 폐기 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부터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통한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김 씨는 “집단면역이 하루빨리 형성되야 하니 나라도 어서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알림설정을 해 놓을까 하다가 이마저도 다른 사람이 채갈 것 같아서 하루종일 클릭했다”며 웃었다.

늘편한내과의원에서는 27일 하루 동안 96명에게 백신을 접종한다. 그러다 이날 오후 딱 1명분의 백신이 남았고, 시스템에 등록했더니 곧바로 김 씨가 예약한 것이다. 김 씨에게 백신을 접종한 의료진도 “잔여분이 딱 한 명분 발생했는데 곧바로 이분이 예약하셔서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65~74세 백신 접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접종자가 나타나지 않아 폐기되는 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여 백신 서비스도 함께 시작한 것이다. 잔여 백신은 65~74세 백신의 미접종분이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만 예약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시범 운영기간을 거쳐 다음 달 9일부터 정식 운영된다.

하지만 이날 지역별로 잔여 백신 물량이 1~2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 금세 예약이 마감됐다. 강 모(45) 씨는 “주변에서 예약에 성공했다는 사람이 없어 그냥 마음 편히 인근 병원에 잔여 백신 알림만 설정해 두었다”며 “하지만 잔여 백신 물량을 보고 접종이 어려울 것 같아 그냥 마음을 접었다”고 귀띔했다.

전산 오류로 잔여 백신수보다 더 많은 사람이 예약돼 사람들이 헛걸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구의 한 병원 잔여 백신 접종 예약에 성공한 김 모(45) 씨는 이날 오후 병원을 찾았지만 ‘중복 예약이 되어서 취소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겨우 힘들게 예약해서 당일 갔더니 중복됐다고 취소하라고 하더라”며 “첫날이라서 혼선이 있는 게 당연하겠지만 황당했다”고 말했다.

도입 초기 거부감과 달리 노쇼 백신 예약 자체가 어려워진 건 정부가 지난 26일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마스크 미착용 허용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접종 완료자는 물론 1차 접종자들은 직계 가족 모임의 인원 제한에서 열외가 된다. 1차 접종자와 접종 완료자에게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된다.

한편, 27일 부산에서는 신규 확진자 12명이 추가돼,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5617명으로 늘었다. 경남에서는 23명(양산 7명, 김해·창원 각각 4명, 진주 3명, 거제·사천 각각 2명, 거창 1명), 울산에서는 7명이 확진됐다.

박혜랑·손혜림·김백상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