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리고 세계, 흑백사진으로 보는 현대사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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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진가 아르노 피셔 회고전
2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서 개최
동·서독, 뉴욕 등 일상 속 역사 담아

아르노 피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 1978'. © Estate Arno Fischer, ifa 아르노 피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 1978'. © Estate Arno Fischer, ifa

불타는 베를린, 모스크바의 마를레네 디트리히, 뉴욕과 적도 기니의 사람들 모습.

독일 사진계의 거장 아르노 피셔의 회고전이 6월 2일까지 해운대구 우동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독일국제교류처가 기획하고, 주한독일문화원과 고은사진미술관이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아르노 피셔의 흑백사진 79점과 세 장의 사진으로 하나의 내용을 구성하는 트립틱 폴라로이드 17점이 전시된다.

아르노 피셔는 베를린에서 태어나 동독과 서독의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방사선연구소 현상실 기사로 2년 간 근무한 뒤, 바이센제 예술대학의 클라우스 비트쿠겔 교수 밑에서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한다. 이번 아르노 피셔 회고전에서는 작가의 활동 시기를 7개 섹션으로 나눠서 소개한다.


아르노 피셔 '마를레네 디트리히, 모스크바 1964'. © Estate Arno Fischer, ifa 아르노 피셔 '마를레네 디트리히, 모스크바 1964'. © Estate Arno Fischer, ifa

‘베를린 상황’은 1943년 불타는 베를린 시가지 사진으로 시작해 이후 동·서독의 모습을 담아냈다. 2차대전의 상흔, 냉전의 히스테리가 드러나는 도시의 모습은 사진집 <베를린 상황, 1953-1960>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1953년 서베를린 베딩의 작은 창틀이 있는 거대한 벽의 위에서 아래로 길게 생긴 균열이 창밖을 내다보는 사람과 겹쳐지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4개 도시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현실을 묘사한 이 사진들은 독일 현대사의 중요한 기록이기도 하다.

‘뉴욕’ 시리즈는 1978년과 1984년 피셔가 뉴욕을 두 차례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이다. 스태튼섬 페리 위 승객, 공중전화기에서 통화하는 시민, 찰리 채플린과 클라크 게이블 광고판 옆에 한 남자가 서 있는 모습, 신호등을 기다리는 여러 인종을 담은 사진 등이 정제되고 정교한 시선으로 세상을 포착한다.

아르노 피셔 '뮈리츠 1956'. © Estate Arno Fischer, ifa 아르노 피셔 '뮈리츠 1956'. © Estate Arno Fischer, ifa

‘길가에서’는 동구권과 서유럽, 구소련, 인도 등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이다. 이 시리즈에는 독일 출신의 미국 배우 겸 가수인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모스크바 공연 사진 빈티지 프린트도 포함되어 있다. ‘적도 기니’ 시리즈, 그레타 팔루카나 예후디 메뉴힌 같은 유명인이나 염전 노동자 같은 보통 사람을 담아낸 ‘인물사진’ 시리즈, 동독의 문화 패션 잡지 <지뷜레>에 실렸던 ‘모드’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섹션인 ‘정원’ 시리즈는 아르노 피셔가 자신의 정원에서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이다. 피셔는 이 사진들을 촬영 연도와 상관없이 분류해 트립틱으로 정리했다. 정원 돌 틈, 꽃의 일부, 오래된 벽의 흔적 등 다양한 이미지가 어울려 관람객이 사진들이 찍힌 정원 풍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아르노 피셔의 사진은 역사 속 일상의 시간을 오래된 흑백 영화로 다시 들여다보는 것 같다.

▶해외교류전 ‘아르노 피셔·포토그라피’=6월 2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051-746-0055.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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