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 한 분 한 분에 감동…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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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선한 기부를 하신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또렷이 떠오릅니다. 식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빚을 갚고 뭘 할까 고민하다가 1억 원을 선뜻 기부한 칼국숫집 사장님. 장례만 치러 달라며 유산인 진해 명동의 건물을 통째로 기부하신 고마운 분. 삯바느질과 행상으로 아이들을 변호사, 의사로 번듯하게 키우고, 군 제대 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된 남편을 수발하면서도 거액을 기부하신 분들입니다.”

6년의 임기를 마치고 31일 이임하는 신정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그간 너무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다”고 우선 고마움을 전했다. 신 회장은 평소의 신념을 담은 대리개세(大利蓋世·큰 이익을 얻어서 나눔으로 세상을 덮겠다)를 몸소 실천했다. 부산공동모금회 회장직을 맡아 6년간 1000회가 넘는 기부금 전달식에도 참석하며 몸을 아끼지 않았다.

6년간 임기 마치고 오늘 이임
아너 11명 동시가입 등 진기록 많아
다문화가족·청소년 돕기에 계속 헌신

“2015년 5월 30일 취임했습니다. 처음 임기를 시작할 때 모금을 어떻게 하면 할까 고민이 많았죠. 공동모금회에 고액기부자 제도인 아너소사이어티클럽은 2008년 제정됐는데 부산 기부자는 취임 즈음 63명뿐이어서 100호까지는 만들어야겠다고 시작했습니다.” 신 회장 특유의 추진력이 발휘됐다. 임기 동안 157명과 인연을 맺어 아너클럽 회원은 무려 220명으로 늘었다.

“친구들이 고맙죠. 2016년 지인 11명이 동시에 1억 기부 아너클럽에 가입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11인회가 지금도 모이고 있습니다. 2019년에 또 아너클럽 11명 동시가입식이 있었죠. 전국 최초 기록이라고 합디다” 신 회장이어서 이룬 일이었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 번은 신문을 보고 아너클럽에 가입하겠다던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알고 보니 치매 증세가 있는 이분이 도시철도 부산진역에서 내려 사무실로 오셔야 하는데 괴정역까지 가신 거였죠. 저희는 이분이 거액을 지닌 터라 혹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것은 아닌지 무척 걱정했죠. 다행히 잘 모셔서 가입식을 치렀습니다.” 신 회장은 100호를 넘기면서 또 200명이 넘고, 임기를 마치며 마침내 220호 아너클럽 회원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지요. 모금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부산공동모금회가 전국 최초로 현금 58억 원을 모금해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등 방역 종사자와 소외계층 시민들을 위로했습니다. 국내 NGO로 전무후무한 실적이죠.” 신 회장은 부산공동모금회에서 모금한 액수가 서울보다 월등히 많은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며 부산 기업인이나 기부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제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많은 시민들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9대 10대를 지낸 신 회장은 아직 퇴임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자랑스러운 것은 11대 최금식 부산공동모금회 신임 회장이 너무 든든한 것이라고 했다. “저보다 더 잘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도 고문으로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신 회장은 “기부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에게는 반미치광이처럼 기부 전도사가 되었다”며 웃었다. 모금회가 뭔지 모르는 분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 한 분 한 분 기부할 때마다 너무 기뻤다고 했다.

신 회장 재직 하는 동안 부산공동모금회는 288대의 사랑의열매 차량 지원과 난치병 아동 700여 명에게 치료비를 지원했다. 3억 원, 5억 원 초고액 기부자 시대도 열었다. “세상은 아직 따뜻한 분이 많습니다. 팍팍하지 않죠. 특히 부산은 희망이 있습니다.” 신 회장은 앞으로 300만 명 가까운 대한민국 다문화가족과 자라는 청소년들을 돕는 일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몸에 제대로 밴 ‘나눔 DNA’를 감출 줄을 몰랐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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