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신고가 더 빨랐다” 새울원전 화재 발생 20분 뒤 소방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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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가 29일 발생한 신고리 4호기 화재 사고에 대해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에서 불이 났는데도 소방당국에 제때 신고하지 않고 자체 진화를 시도해 화재 진압까지 1시간이 걸렸다. 새울원전 측의 안전불감증이 주민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고리 4호기서 29일 화재 사고
자체 진화 시도하다 늑장 대처
폭발음에 놀란 주민이 먼저 신고
재난문자 못 받은 주민도 수두룩

29일 새울원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5분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원전 4호기에서 불이 나면서 3분 뒤 터빈 가동이 정지됐다. 사고 당시 원전에서 폭발음이 4차례 울렸고, 다량의 수증기가 연기처럼 발생했다. 새울원전 측은 화재 발생 20분 뒤인 오전 9시 45분 울산소방본부에 화재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오전 9시 47분 새울원전에서 화재 신고가 들어왔는데, 폭발음을 접한 주민 신고가 먼저 접수돼 있었다”고 전했다. 폭발음에 불안감을 호소한 주민들의 신고가 더 빨랐다는 얘기다. 소방당국은 관련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되자 소방차 10대를 동원해 오전 9시 56분 현장에 도착, 화재 발생 한 시간여 만인 오전 10시 29분 진화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원전 측이 사고 발생 즉시 소방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화재 진압이 지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민들은 원전 화재에도 사고 사실조차 제때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주군 일부 주민은 “원전에서 불이 났는데 어떻게 원전이든, 지자체든 관계 기관에서 문자메시지 한 통 보내지 않을 수 있냐”며 “아무리 작은 사고라도 주민 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즉각 사고 사실을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새울원전 관계자는 “현장운전원이 처음 화재를 발견해 직원이 안전 조치를 하고, 자체 소방대가 출동해 실질적으로 화재를 대부분 진압하는 등 관련 절차에 따라 대처했다”며 “원전 측에 문자메시지 발송을 등록한 주민의 경우 화재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는 신고리4호기 터빈과 발전기 부속기기(여자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로 구성한 사건조사단을 파견, 상세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원전 측은 인명 피해나 방사성 물질 누출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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