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폐수 측정치 조작·매립장 특혜 의혹… 고려아연 왜 이러나
30일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노동자 2명이 사고로 숨졌다. 사고 현장에 구급대가 출동한 모습. 울산소방본부 제공
고려아연이 최근 폐수 측정치 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폐기물 매립장 조성 특혜 의혹에 휘말려 논란의 중심이 된 데 이어 노동자 사망사고까지 겹치는 등 잇단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30일 오전 9시 34분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컨테이너 청소 작업을 하던 이 회사 소속 40대와 30대 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두 사람 모두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소방당국은 이들 노동자가 아침부터 재처리 공정 관련 컨테이너를 청소하다가 유독가스를 마셔 질식한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과 소방은 안전 관리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와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 납, 구리 등을 생산하는 비철금속 제련회사로 울산 온산공단에 제련소를 두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산업재해가 빈발한 사업장인데, 올해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중대산업사고 발생 사업장’에도 포함됐다. 이처럼 근로자 산재 사고가 잇따랐지만, 이번 사고로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노동자 2명이 사고로 숨졌다. 사고 현장에 구급대가 출동한 모습. 울산소방본부 제공
특히 고려아연은 지난 27일 단속 공무원을 매수해 폐수 측정치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고려아연은 울산에서 가장 많은 폐수를 방류하는 업체 중 하나이며, 하루 최대 방류량이 9300㎡에 달한다. 이는 국제공인수영장 5개에 맞먹는 양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대기업과 공무원이 결탁해 발암물질을 함유한 폐수 측정치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폐기물 자가매립장 조성 특혜 의혹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빈 공장 부지를 사들여 전용 지정폐기물 매립장(총 9만 6379㎡)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울산시가 다른 폐기물 업체들이 신청한 매립장 허가 신청은 불허하고 고려아연 매립장만 허가했다는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게다가 울주군 삼평·강양리 마을 주민들까지 나서 환경 오염을 이유로 고려아연 매립장 조성 사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의회 서휘웅 의원은 “자가매립장이라는 말은 정식 용어도 아닌데 이에 대한 승인은 지난해 7월 말 개발계획 변경 신청부터 9월 말 협의 완료까지 단 2개월도 걸리지 않았다”며 “수십 년간 반복된 폭발·화재·안전사고를 유발하며 말뿐인 사과와 제대로 된 대책 한 번 마련하지 않은 고려아연은 이제라도 책임지고 울산시민을 위해 폐기물 매립장 조성 계획을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