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국토의 ‘스마트 성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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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부산을 중심으로 비수도권 지역의 국토 균형발전 요구가 뜨겁다. 다른 한편으론 수도권 지역의 반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대개 균형발전 정책을 수도권 규제 강화로 보며, 지방에 집중되는 균형발전 사업을 ‘비효율적’ 국토 투자로 본다. 더불어 균형발전 사업을 난개발로 이어지는 ‘반환경적 토건 사업’이라는 인식도 하고 있다. 압도적인 정치·경제·사회 권력을 넘어 인구마저 전체 절반이 넘는 수도권의 이러한 인식은 국토 균형발전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국토 균형발전 요구 갈수록 분출

반면, 수도권은 부정적 인식 강해

현 정부도 공약 불구 성과는 미흡

이제 새로운 국토 발전 전략 필요

지역 맞춤형 ‘스마트 성장’ 새 대안

지방이 먼저 미래 변화 선도해야


최근 특별법이 통과된 가덕신공항 사업에 대한 반응이 이를 잘 보여 준다. 현재까지도 수도권 언론과 전문가들은 부울경 800만 명에 기반한 가덕신공항을 ‘멸치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가덕도 환경 훼손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한다. 나아가 사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서슴없이 제시하고 있다. 졸지에 지역민들은 경제적 타당성도 없는 비효율적이며, 환경마저 훼손하는 반생태적 사업의 수혜자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5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었던 ‘균형발전’의 성과는 미흡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발족, 혁신도시 시즌2 등 몇몇 성과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은 수도권 중심 정책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최근엔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구조 전환을 꾀할 수 있는 대형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 지방대 몰락 속에서도 서울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첨단인력 양성을 위한 중앙정부의 투자는 더 확대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수도권 중심 정책은 현재의 부동산 위기가 시발점이 됐다. 수도권 인구 증가에 맞물린 주택가격 상승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정책 당국의 잘못된 상황 인식과 부적절한 대처가 부동산가격 폭등을 유발했다. 이는 과거 수도권 강화라는 결과를 낳은 수도권 신도시개발 사업을 다시 불러들이는 정책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수도권 중심의 국토 불균형발전이 부동산 급등으로, 이것이 다시 신도시 건설로 이어져 수도권 인구 증가를 유발하는 잘못된 행태의 답습이다.

이제 균형발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시작은 국토 균형발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 성장(smart growth)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이 결코 도시 자체에도 이롭지 않다는 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이론은 본래 대도시 중심의 무질서한 확산(urban sprawl)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에서 나왔다. 1960, 70년대 자동차와 고속도로 중심의 개발은 미국 대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초래했다. 도시 근교의 자연환경 훼손은 물론 주변 중소 도시의 인구 감소와 지역 내 불균등 발전 등 각종 지역 문제를 양산했다. 기업의 교외 지역 이전 등 무질서한 평면적 확산을 통한 도시확산 전략은 주변 지역의 전반적인 침체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연방정부는 2000년대 들어 대도시 확산이 아닌 지역 특성을 살린 스마트 성장 정책을 대안으로 지방정부에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스마트 성장 정책은 효율적인 국토 투자로 지역 스스로가 자기 지역 특성에 맞는 혁신을 통해 번영을 누리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개발이냐, 보전이냐’라는 이분법 구분을 뛰어넘는다. 이보다는 ‘어디를(where), 어떻게(how) 계획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지역 내 이해관계자들의 소통과 참여를 강화한다.

우리나라 국토 균형발전 개념도 이처럼 스마트 성장 전략을 이론적 토대로 삼아 새롭게 강화해야 한다. 국토 전반의 스마트 성장이 수도권 확산으로 초래되는 각종 국가적 문제를 해소하고 국토 전체의 경쟁력과 친환경성을 더 강화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국토 균형발전은 ‘국토의 모든 지역을 동일하게 개발하자’라는 논리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 이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게 지역경제를 혁신하고, 지역의 중요한 자연 자원을 보전하는 스마트 성장 전략을 계획해야 한다. 스마트 성장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듀아니(Duany)는 ‘트랜섹터 계획(transect planning)’을 통해 지역의 공간적 입지에 적합한 개발과 보전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심에서 농촌까지 연속되는 지역이 똑같이 개발되지 않아야 하며, 지역 특성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 국토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도 개발과 보전에 관한 새로운 전략 모색은 꼭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자기 지역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다가올 변화에 대비한 국토 균형발전 사업을 도모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균형발전을 이해하고 계속해서 관심을 두도록 지방이 먼저 변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토 균형발전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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