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실 규명 넘어선 피해자 치유 모색”… 2기 진실화해위 정근식 위원장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근식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강원태 기자 wkang@ 정근식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강원태 기자 wkang@

“철저한 진실 규명을 넘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안을 찾겠습니다.”

이달 부산을 찾은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정근식 위원장은 진실화해위의 역할이 진실 규명에 머무르지 않고 인권 침해 피해자들의 치유로 나아가야 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조사 활동을 시작한 진실화해위는 ‘1호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를 가장 먼저 찾았다.

정 위원장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활동은 2기 진실화해위 탄생의 큰 동력이 됐다”면서 “수십 년 동안 호소할 곳 없었던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다수의 조사관을 집중 투입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진상 규명에서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이 호소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치유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는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위로 벌어진 인권 유린 사건을 조사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조사하는 독립적인 국가 기관이다. 1기 진실화해위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하며 1만 1175건의 사건을 조사해 8450건의 진실을 규명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1기 활동이 종료된 지 10년 만인 지난해 12월에 2기 진실화해위가 재출범했다.

1기 진실화해위 활동 당시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권 감수성 향상’이라는 게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1기 진실화해위는 주로 한국전쟁 당시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를 다뤘지만, 이번 2기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등 수용시설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까지 다루게 됐다”면서 “이는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 감수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2기 진실화해위가 1기에 비해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국회, 정부와 상의해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기 진실화해위는 사건 신청 기간이 1년에 불과했던 1기와 달리 2년으로 연장됐다. 하지만 활동 기간은 오히려 최대 4년으로 5년간 활동했던 1기 때보다 짧고, 인력도 188명으로 1기(최대 230여 명)보다 적다. 정 위원장은 “현재 신청 추이를 보면 조사관들의 업무 부하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 인력과 조사 기간을 늘리는 등 조사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2기 진실화해위의 키를 잡은 그의 목표는 피해자들을 치유하고 미래 세대에게 교훈을 전하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인권 유린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과거사’란, 과거가 아닌 현재”라면서 “그동안 사회에 의해 강제로 침묵 당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제라도 씻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그는 “진실화해위 활동이 과거사재단 설립까지 이어져, 미래 세대에게 ‘이런 인권 침해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역사와 교훈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