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북아 해양도시 부산의 초라한 세계대학순위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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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민 부산 산학관 융합포럼 이사장

부산은 해양도시이다. 세계 6위의 컨테이너 처리량을 자랑하는 항만물류 도시로서, 그 배후에 잘 발달한 세계 2위의 조선산업과 세계 7위의 자동차산업이 부산의 2차 산업 생태계를 특징 지우고 있다. 그래서 부산의 미래와 도시경쟁력을 언급할 때면 싱가포르, 상하이, 오사카 등의 동북아 해양도시와 종종 비교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들 도시와 비교한 부산의 미래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한 도시의 미래경쟁력 예측은 그 복합적인 성격을 고려한다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이와 관련하여 무시할 수 없는 자료가 발표되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는 6월에 ‘세계 대학 순위 2022’를 발표했다. 전 세계 1300개 대학을, 연구실적, 기업체 평판도, 교수 학생 비율 등 다양한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하여, 그 순위를 발표한 것이다. 그 결과, MIT, 옥스퍼드 등이 최상위권을 차지했고, 한국은 36위인 서울대와 41위인 KAIST를 포함한 6개 대학만이 100위권 내에 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지역 최고의 대학임을 자부하는 부산대학은 600위권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반해 동북아 경쟁 도시들의 대학 가운데 싱가포르국립대학이 11위, 홍콩대학이 22위를 차지하여 자유무역과 금융 분야 등에 최고 수준의 인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경제도시의 상하이교통대학이 50위, 일본 제2 도시의 오사카대학이 75위로, 제조업 단지를 배후로 성장하는 이들 도시의 인공지능, 융합 신소재 등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이처럼 부산과 경쟁하는 해양도시에 위치한 대학의 순위가 부산의 대학들 보다는 훨씬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같은 첨단 산업 분야의 인력을 양성, 공급하여야 할 대학의 부진은 미래 먹거리산업의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적인 우수 대학들과 경쟁 가능한 대학을 만들려면 대학에 대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균관대학은 삼성이 지난 20년간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여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등을 육성시키면서 세계 대학 순위를 97위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다. 포항공과대학은 포항제철이 대규모 투자한 대학으로 올해에도 신기술 창업지원에 1조 펀드를 조성하면서 순위 81위의 꾸준한 좋은 성적을 보였다. 이들 대학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산업에서 ICT의 융합기술 활용을 요구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및 플라잉카 개발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등 생소한 직업들이 등장하고, 빅데이터, 블록체인, 스마트모빌리티, 인공지능 분야 등에서 최소 1억5000만 원 이상의 고연봉 디지털 융합인력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부산이 경쟁도시인 상하이와 오사카를 넘어서는 해양경제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융합 디지털 인력을 대학이 나서서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들의 파괴적 혁신 교육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자원부족국가인 우리나라가 G7 회의에 초청받을 정도로 국력이 강해진 밑바탕에는 무엇보다 우리의 우수한 인력 때문이다. 학령인구의 감소 등으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역대학이 문 닫는다는 이야기가 현실화되어가고 있고, 부산지역대학들의 통폐합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이 이야기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지역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고 부울경과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생각된다. 대학들은 산업수요자 지향형의 대학연합 융합 커리큘럼을 만들면서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해야겠고, 부산 특화 분야의 산학연구개발과 창업지원을 효율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부산시는 대학연구 인프라의 리모델링과 우수연구개발 인력의 재편을 위해서 획기적인 투자 확충을 해야 한다. 일정한 양적 토대 확보 없는 질적 혁명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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