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부산 원도심에 유치”… ‘영토 분쟁’ 중·동구, 한뜻 한목소리
부산항 북항재개발사업 부지. 부산일보DB
북항 재개발구역 경계를 두고 다퉈왔던 부산 중구와 동구가 ‘이건희 미술관’ 원도심 유치에 손을 맞잡았다. 동구청과 중구청은 미술관 유치를 위한 각각의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원도심 유치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24일 부산 동구청은 “이건희 미술관을 부산 원도심으로 견인하기 위해 장기적인 대개조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동구청은 부산역을 부산진역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부산역 건물을 이건희 미술관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구 “이전 계획 부산역사 활용”
중구 “용두산 주차장 부지 제안”
북항 재개발지 관할 갈등 딛고
원도심 활성화 방안 손 맞잡아
동구청은 현 부산역을 부산진역으로 이전하고, 부산진~부산역까지의 선로를 들어내 기존 부산역 부지를 북항과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부산 도심을 지나는 지상 철도시설이 부산 원도심을 단절시키고 북항과 원도심 주민들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동구청은 부산역이 부산진역으로 옮겨가면서 용도를 잃게 될 부산역 건물을 재단장해 이건희 미술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부산역 이전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존 부산역 건물을 활용하는 만큼 미술관 건물 신축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원도심에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선다면 북항 재개발과 맞물려 원도심에 활력을 주고 진정한 국토 균형 발전에도 가까워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구청도 이건희 미술관 원도심 유치에 뜻을 모았다. 중구청은 용두산 공원 공영주차장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온다면 광복로에서 미술관까지 이어지는 관광벨트가 완성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부지는 현재 중구청사 이전 장소로 검토되고 있다.
중·동구가 각각 미술관 후보지를 제시했지만 둘 다 ‘원도심 유치’에는 뜻을 함께한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전국 지역균형발전에 앞서 부산시 내에도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며 “동구가 아니더라도 문화인프라가 취약한 원도심 내 미술관이 유치되어야 진정한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봉 중구청장도 “역량이 충분히 갖춰진 해운대구가 아니라 도약을 준비하는 원도심에 미술관이 필요하다”며 “북항 시대 원도심의 재기를 위해서라도 이건희 미술관은 원도심 내 건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구는 북항 재개발구역 경계 조정을 두고 1년 넘게 다퉜다. 쟁점은 북항 해양문화지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오페라하우스 부지와 IT·영상·전시지구 4곳 부지의 관할권이었다. 지난 18일 행정안전부가 관할을 중구로 결정했지만, 동구가 행정 소송 카드를 꺼내 들면서 중구와 동구의 ‘영토 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이처럼 갈등을 이어나가던 중·동구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앞두고 원도심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로 뭉친 것이다. 중구와 동구는 2017년 서병수 부산시장 시절에 통합이 추진됐을 정도로 정서적으로 가까우면서, 전반적으로 쇠락을 걱정하는 지자체였다.
한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1일 이건희 미술관 부지 선정에 대해 “7월 초 정도에 방향성에 대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