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출품 실어 보낼 배가 없다” 지역 기업들 고통
28일 오전 부산항 신항 부두 장치장뿐 아니라 인근 소규모 장치장에도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강선배 기자ksun@
세계 선박들이 비싼 운임을 주는 중국으로 몰리자 배를 구하지 못한 지역 수출 기업들의 고통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부산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으로 가는 운임이 3배 가까이 늘어나 업계에서는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수출하면 할수록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미국 서부지역으로 가는 운임이 4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4000달러 선에서 거래가 되던 점을 감안하면 2~3배가량 운임이 올라간 셈이다.
중국, 웃돈 주고 세계 화물선박 싹쓸이
부산발 미국행 운송 운임 3배가량 늘어
“고운임 추세 이어지면 수출할수록 적자”
재정·협상력 약한 중소기업 더 큰 타격
창고에 제품 쌓여 생산 중단한 업체도
업계에서는 이를 중국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한다. 한국무역협회 허문구 전문역은 "중국은 국가가 경제를 운영하는 시스템이라 기본적으로 원가 개념이 다른 시장경제 체제에 비해 약하다"며 "중국이 수출을 위해 선박을 잡으려 프리미엄을 30% 이상 주다 보니, 글로벌 선사들은 임시 선박을 편성하더라도 중국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중국이 해상운송 시장의 '블랙홀'이 된 셈이다.
선박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으로 달려가자 당장 수출 날짜가 다가온 지역 수출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미국으로 가는 선박 잡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허 전문역은 "부산의 주요 수출국은 미국, 중국, 일본인데 가까운 중국, 일본보다는 미국으로 가는 선박 구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미국으로 가는 수출품목은 지역의 전략산업인 자동차와 소비재가 많다. 현재 수출기업들은 3배가량 늘어난 운임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한 소비재 업계 관계자는 "지금 수출 물량은 3개월 전에 이미 계약한 물량이라 신용 차원에서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고운임 상황이 이어지면 가격 경쟁력 때문에 수출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특히 미국 수출은 여름휴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 등이 다양한 이벤트가 몰려있는 하반기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향후에는 선박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에 비해 지역 중소기업은 선사에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 여력은 물론 협상력 자체에서도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선박 블랙홀이 된 중국으로 인해 부산의 대미 수출이 매우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의 대미수출액은 16억 91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14.9%를 차지해 전체 수출국 중 2위였다. 가장 많이 부산에서 물건을 수출한 나라는 중국으로, 15.8%를 차지한다. 2018년에는 미국이 23.5%를 차지해 1위였기에 중국과 미국은 부산 수출 경기에 가장 중요한 국가다. 업계에서는 바이어들이 비싼 운임 때문에 지역 거래처와의 거래를 재고하는 분위기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불안감을 표하기도 한다.
수출 선적 구하기가 어려워 생산 차질도 일어나고 있다. 수출을 기다리는 선적이 늘어나면서 신항 터미널에서 화물 반입 가능 시점을 기존 선박 접안 10~14일 전에서 3~5일 전으로 대폭 줄이는 바람에 창고에 제품이 쌓여 일부 업체는 공장 가동과 상품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기도 했다.
부산전문무역상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훈 동광무역상사 대표이사는 "지금 상황이 단순한 부산항의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 물류 경색 등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생긴 문제다 보니 단기간 해결은 쉽지 않겠냐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며 "수출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