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조오억' 타령…브레이브걸스 유나까지 '남혐 테러' 피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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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억' 표현에 남성혐오 지적·욕설 DM까지
같은 표현 BTS에는 함구하는 선택적 분노
"자제하자"vs"미러링 계속" 누리꾼끼리 설전

브레이브걸스 유나 인스타그램 캡처 브레이브걸스 유나 인스타그램 캡처

남초(男超) 커뮤니티의 '페미 용어' 억지 트집잡기가 도를 넘으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28일 브레이브걸스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용감한형제(본명 강동철)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악의적 비방,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 인신 공격 등 아티스트의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게시물들을 다수 확인했다"며 "이와 관련해 당사는 회사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니터링과 제보를 바탕으로 1차 증거 자료 수집을 완료했다"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도 당사는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악의적 비방, 허위 사실 유포, 인신 공격 등 악의적 행위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보를 바탕으로 정기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향후 어떠한 선처도 없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의 작심 발언은 남초 커뮤니티발 '오조오억' 논란 때문에 나왔다.

앞서 25일 브레이브걸스 유나는 네이버NOW의 예능 프로그램 '쁘캉스'에서 게임을 하기에 앞서 멤버 유정이 "이번 판은 5억점을 주겠다"고 하자 게임이 끝난 뒤 "5조억점 받았다"고 웃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나가 남성혐오 표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나가 언급한 '오조억점'이 '오조오억'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들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근래 들어 '오조오억' '허버허버' 등 신조어가 여초 커뮤니티에서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자체 규정해왔다. '오조오억'은 아주 많다는 뜻의 신조어로 과거 한 대기업 광고에서 등장한 바 있고, 허버허버는 허겁지겁 먹는 모습 등을 연상시키는 신조어다. 그러나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는 오조오억이 '남성 정자가 쓸데없이 5조5억개나 된다며 비하하는 뜻'이고, 허버허버는 '남성이 밥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들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표현이 등장하는 곳마다 몰려가 테러 수준의 항의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 유명 웹툰 작가는 '허버허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별점 테러와 악플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 유명 유튜버들도 '허버허버', '오조오억'을 자막 등에 사용했다가 거센 반발과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연예인이나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문제 삼는 표현들은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거나 단순히 행동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며, 여성 커뮤니티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남성혐오 의도는 없다는 반박도 있다.

유명 남초 커뮤니티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남성혐오' 주장은 일종의 놀이 문화에 불과한 것으로도 보인다.

일례로 올해 4월 에펨코리아에는 과거 NCT, 세븐틴, 방탄소년단 등 인기 K팝 그룹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언급하는 게시물이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해당 그룹들 역시 남성혐오 표현을 사용한 것이 된다.


방탄소년단 트위터 캡처 방탄소년단 트위터 캡처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

그러나 이 글을 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반응은 이전과는 달랐다. "공격하면 역풍수준이 아니라 본진에 소행성이 떨어진다" "와씨 그렇다면 패스" "아직 덩치가 부족하다" 등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다른 커뮤니티에도 "자 포기하자" "저건 못 건든다" "이건 도망가자" "도망쳐" 등 유쾌한 분위기의 '공격 중지' 댓글이 이어졌다. 남성혐오 표현을 사용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들은 극히 적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다른 게시물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이 게시물 역시 한 인기 걸그룹의 멤버가 과거 SNS계정에 '오조오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을 지적했는데, 누리꾼들은 "페미 너무 역겹고" "이제부터 거른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 드가자(들어가자)" "너무 재밌는 놀이 가자 애들아"라며 악플 테러를 조장하는 댓글도 있었다.

유나의 '오조억'에도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는 유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유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한 누리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는데, 이 누리꾼은 "야이 **아, 오조억? 오조억? 배고플 때는 아임낫페미무관심, 배에 기름 좀 차니까 오조억 오조억, 단발좌로 활동말고 그냥 숏컷 밀고 아임 페미니스트해라"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한편 남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레이브걸스가 논란에 휘말리자 남초 커뮤니티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전날부터 남혐 표현을 이유로 유나를 비난하는 커뮤니티 글에는 많은 '비추천'과 함께 "애초에 남혐단어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에는 찍소리도 못하더니" "진짜 남혐단어라 생각하는건 모자란 것" "솔직히 억지긴 하다" 등 댓글이 일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반박에 나서면서 남초 커뮤니티마다 뜨거운 설전이 오가고 있다.

일부 남성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러한 논란 만들기가 젠더갈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미러링'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오조오억 등이 남성혐오 표현이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과거 페미니스트와 여성계 등이 특정 단어를 여성혐오로 규정하고 비판했던 것을 그대로 맞받아치는 일종의 전략이라는 취지다.

남성 인권운동가를 자처하는 문성호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대표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용어를 지적하는 지금의 양상은 원래 페미니스트들이 하던 방식"이라며 "기존에 쓰이던 용어나 개념을 문제 삼으며 '이것은 여성혐오'라는 식으로 공격했던 적이 많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본질은 여성 우월 정책으로 부당한 피해를 받아온 남성들이 단합해 적극적인 의사 표출에 나섰다는 것"이라며 "'용어 논쟁'은 이러한 상황 변화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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