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갯벌, 자동차 11만 대 CO2 ‘꿀꺽’
서울대 김종성 연구팀, 세계 첫 규명
연간 26만t 흡수, 탄소 1300만t 저장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 흡수 역할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경남 남해군 설천면 문항마을에서 관광객들이 갯벌체험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해양수산부는 서울대(김종성 교수) 연구팀이 국가 차원에서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흡수 역할 및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그 연구결과를 국제저명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회지(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해수부는 갯벌의 블루카본 흡수량·범위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2017년도부터 ‘블루카본 정보시스템 구축 및 평가관리기술 개발연구(주관 해양환경공단)’를 지원해오고 있으며, 서울대 김종성 교수 연구팀은 이를 통해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흡수력을 규명하고, 우리나라 연안습지의 블루카본 국가목록(인벤토리) 구축에 필요한 연구들을 추진해 왔다. 블루카본이란 연안에 분포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포함하는 생태계가 저장하고 있는 탄소를 일컫는다.
연구팀은 지난 4년간(2017~2020년) 전국 연안의 약 20개 갯벌에서 채취한 퇴적물을 대상으로 총유기탄소량과 유기탄소 침적률을 조사한 후, 인공위성 촬영 자료를 활용한 원격탐사 기법을 통해 전국 단위의 연안습지 내 블루카본과 온실가스 흡수량을 평가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우리나라 갯벌이 약 13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26만t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내뿜는 수준으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갯벌이 자연적으로 흡수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그간 국제사회에서 연안습지 중 블루카본으로 주목받지 못한 갯벌의 이산화탄소 흡수 잠재량을 국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조사한 세계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단위에서 해초류, 염습지, 맹그로브(연안의 염분이 있는 곳이나 기수에서 자라는 나무·관목, 혹은 열대 해안의 식물 군락)를 대상으로 연안습지가 보유한 블루카본 잠재량 및 연간 온실가스 흡수량을 보고한 국가는 현재까지 미국, 호주뿐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갯벌 블루카본 연구를 선도하고 향후 관련 연구의 국제적인 관심과 활성화에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김종성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나라가 갯벌의 역할을 세계 최초로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갯벌 블루카본이 탄소감축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하여 국제사회와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해양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갯벌, 염습지 등에서 지속적으로 갯벌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부터는 갯벌에 염생식물을 조성하는 사업을 신규로 추진하여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서 갯벌 블루카본의 잠재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송상근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이번 연구는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한국 갯벌이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갯벌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 한국 과학계가 국제 갯벌 블루카본 연구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